258page

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254 실상이 아니오? 이선생! 한 가지만 대답하시오. 이현상은 지금 어 디에 숨어 있습니까? 북으로 올라갔습니까? 아니면 아직도 지리 산에 있습니까? 절대로 이현상에게 위해를 입히지 않을 테니 그의 거처를 말해 주시오.” “ …… ” 이 某는 입을 다물고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한 가지만 묻겠소. 이현상이 지리산에 있소? 아니면 북으로 갔 소?”라고 하자 이 某는 한숨을 토해 내고 있다가 맥이 탁 풀린 목 소리로 “아직 지리산에 있소.”라고 흘리듯 말했다. “음……” 그동안 경찰에서는 이현상이 이미 월북하고 지리산에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또한 많은 공비들은 한결같이 이현상의 거처를 모른다고만 해 왔다. 다시 정신을 차린 이 某에게 파상풍에 걸려 있음을 솔직히 통고 해 주었다. 그는 의사 출신이기에 파상풍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파상풍균이 전신에 퍼져 새파랗게 변해가고 있는 자 기의 피부를 보고 자신의 목숨이 몇 시간을 넘기지 못할 것이며 어떠한 치료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전혀 마음의 동요 없이 당당했다. 차일혁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량의 피가 필요했다. 부상을 입고 많은 피를 흘렸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그의 생명을 연장하는 길은 수혈밖에 없었다. 그의 아내는 몸이 약하고 혈액형도 맞지 않았다. 차일혁은 경찰병원 의사를 불렀다. “내 피는 O형이니 내 피를 뽑으시오.” “연대장님께서는 전투를 하는 지휘관이신데 피를 뽑아서야 되 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