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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 지리산, 그리고 이현상 253 심을 했다. “인정에 끌리면 공비토벌이 되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적들에게 발뒤꿈치를 잡힐 수도 있소.‘’라고 못마땅해 하는 서남지 구전투경찰대사령부 간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차일혁은 자신 의 혈액형이 O형임을 밝히고 자신의 피를 뽑아 수혈하도록 요청 한 다음 곡성경찰서장 구서칠 경감으로 하여금 전남 광주에 살고 있는 이 某의 부인을 데려오게 했다. 얼마 살지 못할 이 某에게 부인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도리이고, 또한 그가 부인을 만났을 때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 것을 바랐던 것이다. 구서칠 곡성경찰서장의 안내로 광주 지역유지의 누이동생인 부 인이 3년 만에 남편을 만나러 왔다. 이 某의 처는 죽어 가고 있는 남편을 보자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혼수상태에 빠져 신음 중이던 이 某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다시 정신을 차린 이 某에게 차일 혁이 “이 某 선생!”하고 그의 이름을 부르자, 넋 나간 듯이 멍한 표정으로 있던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 …… ” “당신은 아직도 제5지구당 기요과(機要課) 부과장이 아닙니까? 그러나 이미 전쟁이 끝났소. 그런데 유독 지리산만은 아직도 피비 린내 나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소. 얼마 전 내 부하인 1대대장과 대원 다섯 명이 당신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소. 나 역시 계속해 당 신들을 죽이고 있지만 이제 나도 지치고 정말 지겹소.” “전쟁이 끝났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소. 그러나 우리는 산을 내려 올 수 없소. 이승만과 그 주구들이 인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한, 우리는 계속 투쟁할 것이오. 우리의 세력이 약해져, 쫓기고 쫓 겨 최후의 한 사람이 남는다 해도 우리는 계속 투쟁할 것이오.” “이선생. 프랑스의 시인 아라공이 모든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만 들기 위해 공산주의가 된다고 했지만 사실은 인간이 되기에 앞서 사람을 이리로 만들고 돼지로 만들고 하는 것이 공산주의자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