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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252 “물 좀 주시오.” 부상을 입은 그에게 물은 해로운 것이었지만 차일혁은 수통의 물을 그에게 꺼내 주었다. 그는 미친 듯이 물을 들이켰다. “당신이 준 총으로 자결하지 못하는 나를 비웃지 말고 나를 그 냥 쏴 죽이시오.” 그는 말을 마치고 실신해 버렸다. 의무실로 그를 옮겨 치료케 했다. 조금 뒤 연대 의무실에 소속된 경성약학전문학교 출신인 정 某가 연대장실로 급히 달려왔다. 정 某의 보고에 의하면, 그 포로는 광주시 소재 안과의원에 근 무하다가 6・25 전쟁 이후 전라남도당에서 활동하다가 입산한 경 성의학전문학교 출신 안과의사로, 당시 29세의 이 某라는 것이었 다. 연대 정보주임이 밝혀 본 이 某의 신상은 제5지구당 기요과 (機要課) 60) 부과장 겸 박 某 부위원장의 전속 의무관으로, 제5지구 당이 해체되어 당의 내부분열에 불만을 품고 자신의 출신도당인 백운산의 전라남도당으로 돌아가다가 체포된 것이었다. 이 某는 연거푸 퍼부어지는 질문 공세에도 이현상의 위치에 대 해서는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이 某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던 경찰병원 의사61) 와 618부대의 북한군 출신 군의관의 보고에 의하 면, 이 某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파상풍에까지 걸 려 전신이 퍼렇게 변색되는 등 병세가 심상치 않은데도 치료를 계 속 거부하면서 심한 고통을 참으며 어서 죽여 달라고 완강한 태도 를 보인다는 것이었다. 2연대장 차일혁은 어떻게든 이 某를 살리라고 지시한 다음 이 某 치료에 피가 모자란다는 의사의 판단에 자신의 피를 수혈할 결 60) 정보작전과와 같은 직제임. 61) 당시는 전쟁 중이라 경찰관들 중에 사상자가 많아 각 지역별로 경찰병원이 설치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