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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 지리산, 그리고 이현상 233 공비들은 오랜 산중 생활로 후각과 청각이 동물에 가까웠다. 그들 은 50미터 전방에서도 비누냄새, 치약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차 일혁은 접근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사찰유격대원들에게 비누와 담배 등을 금지시킨 것이다. 며칠 동안 세수와 양치질을 하지 못 한 사찰유격대원 25명을 먼저 출발시켜 작전지역에 매복시켰다. 나머지 32명의 사찰유격대원들은 중화기와 함께 산중턱에 배치하 였다. 병력배치가 끝난 다음 공비들이 습격하기 유리한 지점에 보급 품이 실린 것처럼 가장한 트럭을 고장 난 것처럼 꾸며 밤을 새워 고치게 하였다. 이 작전의 성패는 이틀 전에 미리 숨어있는 사찰 유격대원들이 발각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트럭이 고장 나서 낮부터 밤까지 고치는 척 한다는 위장전술이 들어맞아야 했다. 낮부터 차를 고치는 척 하던 운전병은 밤이 되어 허수아비에 군 복을 입혀놓고 철수했다. 새벽이 되자 항미연대는 조심스럽게 접 근하기 시작했다. 6~8명의 공비들이 트럭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 다. 그러나 임실경찰서원이 긴장한 나머지 먼저 총을 발사하는 바 람에 적을 포위하여 사로잡으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쌍방 에 맹렬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함정에 빠진 것을 안 항미연대는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날이 밝을 때까지 맹렬한 사격을 퍼부었다. 날이 새자 총성이 멈추었고 트럭 주위에는 3구의 공비들의 시체 가 널려있고 선혈이 낭자하였다. 주위산악을 수색하여 죽어있는 공비를 한 명 더 발견했으나, 한 명도 생포하지 못했고 외팔이 이 某의 행방도 알 수 없었다. 네 명의 항미연대 부대원들을 사살하였으나, 정작 외팔이를 잡 지 못해 차일혁은 실망을 금치 못하였다. 유격전에는 병력이 많아 좋을 것이 없는데 25명의 사찰유격대 외에 본서 대원들을 투입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