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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아! 지리산, 그리고 이현상 223 위에 지쳐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남루한 옷에 손은 짐승과 다 를 바 없었다. 그러나 눈만은 긴장한 채 생기를 띠고 있었다. 함께 안성지서에 갔던 김 某 사찰유격대장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자 들이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차일혁은 귀순 공비들에게 옷을 갈아입히고 식사를 시켰다. 난 로 곁으로 불러 몸을 녹이게 한 다음 그들을 심문하였다. 남녀 공 비들은 난로 곁에서 몸을 녹이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행해 하 는 눈짓을 주고받았다. 공비들은 여자가 더욱 투쟁성이 강하고 끈 질긴데, 함께 귀순을 해온 것을 보면 특별한 사이 같았다. 차일혁은 공비들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나는 이곳 서장인 차일혁이다. 너희들에게는 18대대장으로 잘 알려진 자가 바로 나다. 너희들이 가진 정보가 아무리 가치가 있 다 해도 시간을 놓치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이제 식사도 하고 몸도 녹였으니 너희들이 내게 원하는 바를 말하고 정보를 말해 주 길 바란다.”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을 산에 있을 때부터 잘 알고 있습니다. 6지대가 남 하할 때 제가 소속했던 이영회 부대가 당신 부대와 전투를 한 적 이 있었습니다. 그전에도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동료들로부터 많 이 들었습니다. 저의 고향은 순천이고 본명은 양 某입니다. 여순 병란54) 때 산에 들어와 제2병단에 속해 노동무(이현상)를 모시고 있었습니다. 현재 소속은 경남도당의 이영회 부대입니다. 3년간의 산 생활에서, 솔직히 말해 많은 전공을 세웠으며 국기(國旗)훈장 2 급을 추서(追書)받았습니다. 산에서는 임 某라는 이름으로 불리었 고, 현재는 이영회 부대의 정찰대장입니다. 저와 함께 온 이 사람 54) 빨치산들은 여순 반란사건을 이렇게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