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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216 무주를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김두운 서장으로부터 무주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입수한 차일 혁은 18대대를 창설해 공비토벌에 나설 때처럼 자신감을 갖고 무 주로 향하게 되었다. 무주서장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철주부대원들을 집합시 킨 차일혁은 그동안 기합도 많이 받고, 숱한 고생을 같이 했던 대 원들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호국의 영령이 되어 함께 자리하지 못 한 전우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간단한 작별 인사를 하였다. “본인은 이제 철주부대가 해체됨과 동시에 전투경찰을 떠나, 나 와 여러분이 많은 피를 흘렸던 무주의 경찰서장으로 가게 되었습 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충심으로 나를 믿고 따라준 여러분들에 게 무어라 감사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들의 피맺힌 사연들은 접어두고라도 깊은 산 골짜기에서 주먹밥으로 함께 새 운 밤들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정들었던 여러분과 헤어지면 서 먼저 돌아가신 동지들과 유가족에게 뜨거운 눈물로 다시 한번 사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이날 차일혁은 피 흘리며 고생한 부하들에게 먼저 경례를 했다. 어금니를 깨물었으나 눈물이 핑 돌았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 면서 그들과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중대장으로 진급한 이한섭 경위와 악수할 때에는 감개무량했다. 욕도 많이 먹고, 기합도 남 들 못지않게 받았던 그였다. 전투 못지않게 부대 살림을 알뜰하게 꾸려 준 박대훈 경위, 최봉환 경사, 소병문 순경, 취사반장 송 경 사, 이들 모두 차일혁에겐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었다. 사람들의 환송을 받으면서 식구들과 전주를 떠나 무주로 향했 다. 운전병 서순경은 잔뜩 긴장하여 험난한 고개를 조심스럽게 차 를 몰아갔다. 일년 전만 해도 이 길은 감히 엄두도 못 낼 공비출몰 지역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