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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206 6일 동안 적들에게 억류되어 있던 문 순경이 적진을 빠져나왔 다. 6일 동안 적들에게 붙잡혀 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온 그를 보 고 부대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적들은 문 순경을 그냥 돌 려보낸 것이 아니었다. 차일혁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그를 살 려 보낸 것이었다. 토벌대장에게 우리의 인민(심곡리 주민)을 함부로 해치지 않는 귀관의 전사(戰士)정 신을 높이 사는 바이다. 그러나 귀관은 우리 해방군 전사들을 수없이 죽인 우리의 원수이다. 이번 전투에서 귀관의 부대를 전멸시키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허나 귀관 부대의 유격전투능력을 높이 산다. 우리가 이 처럼 당신 부하들을 석방하는 것처럼 당신도 우리 동무들을 산으로 돌 려보내기 바란다. 꼭 한 번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불꽃사단 사단장 57사단장 이영회는 차일혁에게 이 같은 편지를 보냈다. 차일혁 이 빨치산에게서 편지를 받은 것은 칠보발전소 탈환작전 때 이후 두 번째였다. 이영회는 포로교환을 요구했으나 이미 빨치산 포로 들을 전주경찰서 사찰계로 넘긴 후라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런데 중화기 부대 사수였던 한 某와 정 某가 포로가 된 지 10일 만에 극적으로 탈출해 와서 한시름 놓게 되었다. 한 달 이상 무주에 머무르면서 구천동 작전 등 크고 작은 작전 을 전개했던 차일혁 부대는 10월 27일 전주로 돌아왔다. 차일혁은 구천동 전투의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철주부대장을 사직하기 로 결심했다. 단지 전투에서의 패배 때문만은 아니었고 그가 존경 했던 김의택 전임 도경국장을 비롯하여 백한종 경무과장, 이 某 보안과장 등이 다른 곳으로 전출 가버렸고, 그를 아껴주던 김가전 지사의 서거로 그는 매우 울적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