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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204 김병철 옹은 그날의 전투가 매우 참담했음을 증언하였다. 그 역시 후퇴하다가 부상당하고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심곡리 주민의 거 짓 제보로 부대원이 몰살당할 뻔했기 때문에 심곡리 부락은 차일 혁 부대의 보복을 받을 수 있는 처지였다. “차대장님은 주민들을 죽이지도 않았고 죄를 추궁하지도 않았 지요. 그리고 부대원들에게도 절대 보복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습 니다. 우리는 주민들에게 화가 났지만 상사의 명령을 어길 수 없 어 그대로 나왔고 심곡리 주민들은 무사하게 되었습니다.” 차일혁의 부하였던 김병철 옹은 차대장이 매우 믿음직스러웠고 항상 곁에 있고 싶은 사람이라고 증언했다. 성격은 불같았지만 부 하를 아끼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구천동에는 빨치산 부대인 57사 단이 그대로 상주해있었으나 그는 부하들의 시체를 찾기 위해 다 시 전투지역으로 들어가는 진한 전우애를 보인다. 1개 중대의 절반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면 어느 누구라도 거짓 정보를 제공한 주민들에게 보복을 가하고 싶은 마음이었 을 것이다. 대원들도 동료들의 죽음에 극도로 흥분하여 주민들을 징벌 하자고 강하게 주장하였으나, 차일혁 대장은 위대한 인류애와 관용의 정신을 발휘하여 주민들을 용서하여 주었다. 평상시에는 전혀 눈물을 보이지 않았지만 부하들이 전사하면 남들이 보는 앞에서도 목 놓아 울 정도로 부하들을 사랑하였던 차일혁 대장이었 다. 그런 차일혁 대장이었기 때문에 거짓정보로 많은 부하들을 죽게 한 주민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라는 것은 미루어 짐 작할 수 있다. 그러나 복수심을 억누르고 과감히 주민들을 용서하는 커다 란 용기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평소 평범한 주민들이 생경한 이념투쟁에 휘말려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항상 가슴 아파하면서 그런 질곡의 시대를 어렵사리 살아갈 수밖에 없는 주민들의 입장을 십분 이해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차일혁 대장은 자기 자 신보다 아끼던 부하의 목숨을 앗아가게 만든 사람들을 용서함으로써 우 리에게 진정한 관용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