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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200 차일혁 부대는 무풍지서에서 하루를 보내고 설천국민학교로 돌 아와 전열을 가다듬었다. 계속해서 3명, 4명, 10명씩 대원들이 무 풍지서와 설천지서로 돌아왔다. 이한섭이 지휘한 특공중대는 몇 명의 부상자를 내긴 했으나 전원이 무풍지서로 돌아왔다. 안성면 에서 새재를 넘어 심곡리로 들어가던 차일혁 부대도 아무런 접전 없이 철수하였다. 차일혁 부대가 전멸했다는 풍문에 무주경찰서와 도경으로부터 몇 차례 전화가 걸려왔다. 차일혁은 윤 사령관의 전화를 받고 그 동안의 상황을 간략히 보고하고 시급한 실탄보급을 요청하였다. 간부들과 대책을 토의한 차일혁은 전 대원을 집합시켰다. 패전으 로 심신이 지쳐 있는 대원들에게 그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우리가 패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전멸한 소대원들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우리는 건재하고 있다. 전투에서 항상 이긴다 는 법은 없다. 우리도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받아들이자. 그 러나 도경에서는 우리가 전멸한 것으로 알고 있고, 내가 보기에도 여러분들은 예전의 사기를 상실해 버린 것 같다. 적 빨치산들은 자 기 동료의 시신을 우리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결사적으로 동료의 시신을 가지고 후퇴하는데 우리는 숱한 전투에서 생사를 같이한 우리 전우의 시신을 내버려두고 우리만 살자고 이렇게 도망쳐 왔 다. 부끄럽기 짝이 없다. 공비를 토벌해 원수를 갚기보다 먼저 나 와 함께 전우들의 시신을 찾으러 갈 대원들은 앞으로 나서라.” 차일혁 대장이 동료를 사랑하는 전우애가 남다르게 각별하였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부하를 자기 몸보다 아끼는 전우애 때문에 부하들도 자 기 목숨을 초개와 같이 내놓고 전투에 임함으로써 여러 전투에서 승리 하여 혁혁한 전공을 올릴 수 있었다. 전우의 시신을 찾으러 가자는 차일혁의 말을 숙연한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