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page

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198 이었다. 적탄이 날아와 여기저기에 거꾸러지는 대원들이 생겼다. 차일혁은 여기가 내 죽을 곳이라 생각하고 미친 듯이 로켓포를 발 사했다. 다행히 평소에 명중률이 낮던 로켓포가 모두 명중하였다. 대원들은 목표지점을 향해 소총과 중화기를 집중시켰다. 적의 포 위망이 흐트러지자 1중대원들이 퇴로를 열고 후퇴했다. 중국에서 박격포 포수로 일본군과 전투를 벌였던 차일혁은 부대의 지휘관 이라는 것도 잊어버린 채 손수 로켓포를 메고 뛰어 다녔다. 탈출 하는 18대대 전투경찰들과 57사단 빨치산들이 한데 뒤섞여 뛰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2중대원들이 거의 다 후퇴할 때까지 계곡 입구에서 사격을 하던 차일혁 부대는 추격하는 공비들의 엄청난 세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차일혁은 여기서 최후를 맞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 다. 그러나 적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더 이상 추격해 오지 않았 다. 차일혁 부대는 거칠봉으로 돌아와 잠시 숨을 돌렸다. 후퇴하 면서 부상당한 대원 한 명을 끌고 오느라 차일혁의 옷은 피범벅이 었다. 그는 우선 김 某 중대장을 찾았다. “대장님 모두 제 책임입니다.” 그는 이 대대장과 마찬가지로 자결하려고 했다. 차일혁은 간신 히 그를 진정시키고 피해 상황을 보고케 했다. “현재 1중대원 30명, 중화기 소대 10명, 무주경찰서 의경 50명 등 90여 명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전투는 18대대가 생긴 이래 최초의 패배였으며, 최대의 참패 였다. 김 중대장이 지휘하던 약 200명의 병력 중 반수가 희생을 당한 것이다. 이미 적에게 당한 1중대는 전의(戰意)를 상실하였고, 기진맥진해 있었다. 적들이 계속 추격해 온다면 더 큰 손실을 입 을 것이 분명했다. 차일혁은 설천지서로의 후퇴를 명령하였다. 오 후 5시가 지나 해가 저물고 있었다.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에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