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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194 정산맥’이라는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온 것이다. 영화감독 이만흥 은 전북경찰국과 합동으로 ‘애정산맥’을 만들자고 제안하였다. 영화 내용은 전북을 배경으로 공비를 토벌하는 경찰관과 빨치산인 옛 친 구, 그리고 그의 처 사이에서의 애증과 갈등을 그린 것이었다. 영화팀은 부대원들을 위로하고자 오락회를 열었다. 주연 여배우 이희숙을 비롯하여 영화사 관계자들과 부대원들의 노래대결이 벌 어졌는데, 남자 주연배우인 이집길의 노래도 일품이었으나, 그날 의 스타는 새 식구가 된 유도수였다. 그는 공만 잘 차는 것이 아 니라 노래솜씨 또한 가수 못지않았다. 모두 유도수의 노래에 벌어 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차일혁 부대의 마스코트인 ‘합죽이’ 정동화는 만담과 익살로 사 람들을 요절복통하게 만들었다. 영화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 였다. 그는 내장산 전투에서 전사한 차학진과 같이 이북출신으로 일가친척 하나 없이 단신 월남하여 망향의 외로움을 익살로 달래 곤 했다. 그의 얼굴이 합죽이처럼 생겼다 하여 그것이 별명이 되었 다. 그는 자신이 웃지도 않으면서 일제 고등계 형사와 애국투사와 의 대화를 익살스럽게 흉내 냈고 전투 중에 어떻게 공비들과 대화 해야 죽지 않는 지를 만담으로 엮어 사람들을 즐겁게 하곤 했다. 당시엔 6・25전쟁으로 온 산하는 폐허가 되고 물자는 절대적으 로 부족하여 영화제작은커녕 먹고살기에 여념이 없던 시절이었다. 전북의 영화계 또한 빈약한 재정과 부족한 기자재로 인하여 영화 를 만든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전북 의 영화인들은 50년대에 많은 영화를 제작했고, 또 흥행에 성공하 게 된다. 이로써 한국영화 중흥기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차일혁은 자신의 부대를 찾아온 영화제작팀에게 물심양면으로 성한 내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