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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182 작전은 오후가 넘도록 계속되었다. 중추의 바람이 불고 있었지 만, 아직은 햇살이 따가워 대원들은 주먹 같은 땀을 흘리며 고지 들을 점령해 나갔다. 수색전을 계속하고 있는 동안 18대대 1중대 가 변산의 최고봉인 쌍선녀봉을 점령하였다는 보고를 해왔다. 계 곡 부근에 적이 버리고 간 소 한 마리와 무기 등의 노획물도 있었 다는 것이다. 작전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차일혁은 지도를 펴서 각 중대의 진격지점을 표시한 다음 총 진 격을 명하였다. 적들을 실상사로 통하는 깎아지른 듯한 협곡에 몰 아넣고 계곡 양쪽 고지에서 중화기 사격을 퍼부었다. 적들은 완전 히 포위당하여 갈팡질팡하다가 마지못해 해안 쪽으로 향하기 시 작하였다. 해안에도 고창 방면으로의 도주를 엄중 경계하는 기동 선을 배치해 놓고 있었다. 다시 적들은 방향을 바꾸어 들판으로 돌진하려 했으나, 차일혁 부대의 공격으로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 다. 퇴로를 차단당한 공비들 중 6명이 자수해 왔다. 사살된 적은 25명이었다. 자수자들의 말에 따르면 괴뢰군 복장의 5명의 빨치산 이 끝내 자수를 거부하고 권총으로 각자의 머리를 쏴서 자살하였 다고 한다. 여자도 2명이나 포함된 그들은 퇴로를 차단당하여 북 으로 돌아가지 못한 괴뢰군 장교들이었다. 자수했더라면 포로대우 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꼭 자결을 해야 했는지 차일혁은 매우 안타까웠다. 사흘간의 변산 작전을 마치고 전주로 돌아왔다. 전주로 돌아오 니 대원들의 태도가 이상하게도 느슨해져 있었다. 해이해진 군기 를 바로잡기 위해 단체 기합을 주려는데 작전참모가 말렸다. 오늘 이 추석이라는 말에 차일혁은 그만 웃고 말았다. 추석이 언제인지 도 모르고, 공비를 토벌하러 돌아다니는 자신이 우스웠다. 연 민 사부장 후임으로 부임한 박 대령이 추석을 맞아 차일혁 부대를 방 문해서 금일봉을 전달하고 대원들을 위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