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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173 “작전 중인데 왜 그리 여유요?” “이미 적들은 다 달아나고 있소.” 935고지를 점령하니 아침 해가 솟아올랐다. 백운산 계곡에 이미 적은 보이지 않았다. 장안산과 지리산 루트에는 지전사 205연대가 병력을 배치했고, 팔공산 쪽에는 경북부대가 퇴로를 차단했다. 차 일혁이 예상한 대로 적은 팔공산 쪽이 아니라 전북으로 되돌아와 버렸다. 차일혁은 모든 번뇌를 떨쳐버리고 고지에서 덕유산과 팔공산을 바라보았다. 고원의 아침을 알리는 산새들의 지저귐이 교향곡 같 았다. 이름 모를 나비가 날고 산백합, 붓꽃, 도라지, 난초 등이 어 울려 피어 있고 파란 갈대밭이 끝없이 펼쳐진 경치는 이곳을 토벌 하러 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할 지경이었다. 1,200고지 장안산을 탈환한 것은 오후 1시였다. 전과는 적 사살 4명, 총기 1정, 아지트 파괴 120개소였고, 다수의 불온 문서를 압 수하였다. 이 작전은 전북 도당사령부를 분쇄한다는 의도였으나 기대한 성과는 없었다. 사찰과장은 작전이 끝난 뒤, “차 대장, 소풍놀이는 잘했소.” 라 며 웃었다. “도경국장님 덕분에 등산 한번 잘 했습니다.” 중앙과 절충을 거듭하여 36대대가 창설되었다. 17, 18, 36대대를 묶어 이루어지는 연대는 윤 도경국장의 호를 따서 철주부대(鐵舟 部隊)로 명명되었다. 1951년 8월 2일. 차일혁은 철주부대장에 임명되었다. 17대대장 에는 김석원 경감, 18대대장에는 이병선 경감, 36대대에는 김석항 경감이 임명되었다. 8월 11일. 차일혁은 한 해 전 부상당한 왼손이 전혀 움직이지 않아 삼락병원 원장의 권유로 근육이완주사를 맞고 하루 입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