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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172 이은 전출로 차일혁은 그동안 정들었던 사람들과 헤어져 부대 일 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윤 도경국장은 부임하자마자 두 달 안으로 공비를 완전히 소탕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새로이 부대를 편성하겠다는 것도 그 런 연유에서였다. 차일혁이 보기에 그는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 같 았다. 윤 국장은 장계작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장안산에 포진한 방 某 부대를 소탕하기 위한 출동을 지시했다. 공석중인 보안과장을 대신해 사찰과장을 총 지휘관으로 하여 장수, 진안경 찰서 부대와 합동작전을 펼치겠다는 그의 계획에 차일혁은 정면 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작전상으로도 적 합지 않은 출동이었지만, 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 없어 7월 29일 차일혁 부대는 장수로 출동하였다. 운장산, 대부산, 곰티재를 넘어 장수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였다. 작전 지도를 보니 예상한 대 로 지리산 전투경찰대가 즐겨 쓰는 토끼몰이식 작전이었다. 다음날의 작전이 맥없는 토끼몰이식 작전이란 것을 안 차일혁 은 김만석 기자와 함께 그의 고향인 장수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 다. 김 기자와 초등학교 마루에 자리를 깔고 누웠지만 쉽사리 잠 이 오지 않았다. 경찰대원들의 배 갈라진 모습, 목 잘린 공비들의 모습, 그리고 죄 없이 죽어간 수많은 동료들의 모습이 스치고 지 나갔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차일혁은 김 기자를 깨워 출동 준비 를 했다. 751고지를 점령한 것은 5시 30분이었다. 산상에는 시원 한 바람이 불고 동이 트고 있었다. 이슬이 수북한 풀에서는 향긋 한 냄새가 나고 뿌연 하늘에는 그믐달이 희미하게 보였다. “김 기자! 평화가 오면, 이곳으로 다시 한번 와서 캠프를 치고 지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