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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169 었던 주민들과 적들에게 포로가 되었다 풀려난 경찰들이 그를 붙 잡고 왜 이제 왔느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사실 빨치산들에게 포로로 잡힌 경찰들은 며칠 전에 풀려나 명 덕리의 민가에 머물고 있었다. 빨치산들은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의경들은 전투 중에 포로로 잡아도 죽이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정식 경찰은 이승만의 주구라 하여 즉결 처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포로로 잡힌 20명의 의경들에게는 다시는 경찰 의 하수인으로 빨치산에게 총을 겨누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한 다음에 풀어주었다. 그러나 정식 경찰 8명은 처형하려고 했었다. 처형을 맡은 빨치산 중대장은 명덕리에 살던 진 某라는 사람이었 다. 처형 지시를 받고 망설이던 그는 거짓으로 총소리만 내고 8명 을 죽이지 않았다. 그는 경찰들을 마을로 데려와서 잘 아는 마을 주민들을 찾아가 빨치산에게 발각되지 않게 숨겨주도록 부탁했다. 공산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빨치산에게도 인정이 남아있었던 모양 이었다. 공비와 토벌대로 서로 나뉘어 총을 겨누었지만 같은 마을 에 살던 이웃을 죽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차일혁은 어쨌든 포로를 죽이지 않고 방면한 이현상이 고도의 심리전을 쓰는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 포로에 관대 한 부대는 실전에는 강하다는 것을 차일혁은 오랜 전투경험을 통 해 알고 있었다. 적들이 경남과 덕유산 쪽으로 퇴각하기에 차일혁은 이 보안과 장에게 계속 적을 추격할 것을 건의했으나 만류했다. 전북경찰인 만큼 도계를 넘지 말라고 했다. 전북은 병력이 모두 이곳에 집결 되어 있어서 다른 지역은 공백상태이므로 한곳만 집중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추격전을 펴서 다시 한번 적과 겨루어 보고 싶었지만 차일혁은 이 과장의 만류로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부대원들은 이현상 부대에 대해 겁을 먹고 있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