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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167 있겠소?” “우리가 인민들의 신세를 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소. 그러나 남한이 완전히 해방되면 그들에게 모두 보상할 계획이오. 지금도 우리는 주민들에게 차용증을 쓰고 곡식과 물건을 빌리고 있소.” 이 말은 사실이었다. 이현상 부대가 내려오기 전 방 某부대는 양민들에게서 약탈을 일삼았으나, 이현상 부대는 약탈을 삼갔고, 물자를 징발할 때는 차용증을 써주고 있었다. “당신들의 요구조건이 무엇이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보시오.” “우리가 점령한 이 지역을 우리의 해방구로 인정해 주시오. 우 리는 절대 주민들에게 해가 되는 일은 삼가겠소. 인민군이 이곳에 진주하게 되면 우리도 당신들을 해치지 않겠소.” “이제 당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겠소. 이 문제는 일개 경 위에 불과한 우리가 여기서 결정할 문제는 아니오. 돌아가서 상부 에 보고하여 결정하도록 하겠소.” “우리도 당신들이 결정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 오. 상부에 보고해서 그 결과를 모레 정오까지 알려주시오. 경찰 들은 무사히 있소. 당신들이 우리들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포로 경 찰들을 풀어주겠소.” 박 경위와 이한섭 소대장은 그들과 술과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 를 하다가 돌아왔다. 도무지 빨치산과 회담을 하고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이한섭 소대장은 이현상 부대를 포함하여 약 1천 명에 가까운 빨치산들이 있는 것 같다고 보고했다. 차일혁은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하여 마침 이곳에 와서 지휘를 하 던 윤 도경국장에서 보고하였다. 이현상 부대가 포로가 된 경찰들 을 석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윤 국장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