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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166 치산들이 나타나 정중히 인사를 하며 박 경위와 이한섭을 맞았다. 명덕리 변전소 옆에 있는 정자에는 술을 비롯한 갖가지 음식이 차 려진 음식상이 있었다. 명덕리를 점령한 이현상 부대의 정치위원 박 某는 의례껏 하던 ‘동무’라 하지 않고 “동지들 잘 오셨습니다.” 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주변에는 10여 명의 빨치산들이 있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시커 먼 얼굴에 수염도 깍지 않아 눈만 퀭한 야윈 얼굴이었으나, 몇 명 은 아주 말쑥했다. 시커멓고 야윈 사람들은 전투 지휘관인 것 같 았고, 말쑥한 사람들은 정치위원 등의 고급 간부들인 것 같았다. 한 명씩 소개를 하는데 전북도당 방 某도 소개되었다. 수염이 허연 초로의 빨치산이 한 명 있었는데, 박 某가 “이분이 이현상 선생이 십니다.”하며 공손히 소개를 했다. 박 경위와 이한섭은 빨치산들 을 소개받으면서도 계속 떨려서 정신이 없었다. 간신히 군당위원 장, 전북 도당위원장 방 某, 이현상 등의 이름만 귀에 들어왔다. 소개가 끝난 뒤 자리에 앉아 소위 정전회담에 임하게 되었다. “우리들은 이승만과 미제를 이 땅에서 몰아내고, 민족을 통일시 키고 노동자, 농민들이 고루 잘사는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투쟁하 는 인민의 군대입니다. 당신들도 이승만의 하수인 노릇을 집어치 우고, 이 땅에서 미제와 이승만을 몰아내는데 힘을 합치는 게 어 떻소?” 그들은 먼저 정치선전을 한참을 늘어놓으며 당장 토벌을 중지 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화술에 능한 박 경위가 그들의 말을 되받 아쳤다. “당신들은 소련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에 속아서 동족들을 학살 하는 전쟁에 무고한 피를 흘리고 있소. 당신들은 말로만 인민의 군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무고한 양민들은 죽이고, 그들에게서 곡식과 물건을 빼앗고 있지 않소? 그게 어디 인민의 군대라 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