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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165 까?”하며 흔쾌히 임무를 맡았다. 그는 만일에 대비해 호주머니에 들어 있던 수첩과 경찰관 증명서를 꺼내 맡기고 전투복으로 갈아 입었다. 차일혁은 막상 그를 적정 파악을 위해 보내면서도 그의 생사가 적지 않게 염려되었다. 1951년 7월 15일 오전 10시. 박 경위와 이한섭 소대장은 적들과 의 협상을 위해 그들이 정한 장소로 갔다. 오후 3시까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기로 정했다. 그러나 오후 3시가 지나도 둘 다 돌아오지 않았다. 둘 다 장가도 가지 않은 총각인데 죽기라 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차일혁은 1시간 더 기다리다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적들에 대한 일제공격을 개 시하기로 했다. 오후 4시. 한 시간 늦게 박 경위와 이한섭 소대장 은 무사히 귀환하였다. 차일혁은 살아 돌아온 이한섭 소대장을 끌 어안으며 기뻐했다. 이한섭 소대장은 한참 동안 마음을 가라앉히 지 못하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말을 더듬거렸다. 박 경위는 경찰복장을 하고, 이한섭 소대장은 전투복에 무장을 하고 경찰 측 연락원과 함께 적들이 지정한 장소로 갔다. 경찰 측 연락원과 빨치산 연락원이 서로 만나기로 한 장소는 장계면과 변 전소 중간지점이었다. 빨치산 측은 자기들의 위치를 직접 알리지 않고 접선 장소만을 정했던 것이다. 약속한 장소에 이르자 빨치산 연락원이 나타나 경찰 측 정보원 은 돌아가라고 했다. 빨치산 연락원이 자기들 지휘관들이 기다리 고 있는 회담 장소로 가자고 했으나, 박 경위와 이한섭 소대장은 망설여졌다. 경찰 측 연락원을 보낸 상태에서 죽이지나 않을까 하 는 생각에 떨렸다.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가보자고 빨치산 연락원 을 따라 적들의 구역으로 들어가면서 여기서 죽는구나 하는 생각 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10여분을 걸어가니, 광목으로 적십자 완장을 팔에 두른 여자 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