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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161 이현상은 고창고보 학생시절부터 사회주의에 심취해 일제하 노 동운동으로 여러 번 감옥에 드나든 경험이 있는 게릴라전의 천재 로 불리고 있었고, 나아가 현대판 홍길동으로, 둔갑술을 부리는 초능력자로 경찰에 알려져 있었다. 이러한 과장된 소문과 평가에 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차일혁이 보기에는 그가 오랫동안 지하 공산주의 운동을 해 조직의 관리와 유지에 익숙해 져 있고, 6・25 이전부터의 입산 활동과 실전경험이 많은 구 빨치 산들이 그의 주변에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인 듯 했다. 김 기자의 말에 의하면 이현상은 일제 말엽 자기 고향인 금산 부근의 덕유산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때 지 리산 등지의 산세를 익히면서 게릴라전에 대한 구상을 했었는지 도 모를 일이었다. 여러 곳에 주둔하고 있는 대원들을 전주로 귀대시키기 위하여 차량동원을 도경에 요청하였으나, 출동용 차량의 상당수가 후생사 업이라는 명목 하에 있어야 할 곳에 있질 않았다. 고위층에 의한 출동용 차량의 유용이 여전했다. 차일혁은 7개월 전 정읍 칠보발 전소 탈환을 위해 출동할 때에도 차량이 부족하여 고생했던 일이 악몽처럼 되살아났다. 당시에도 비상대기 해야 할 차량들이 고위 층 가족들의 후방 이주를 위해 멋대로 사용되었었다. 모든 사람들 이 전화(戰禍)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에는 아예 무관심한 채 자신 만을 생각하는 특권층의 횡포는 여전했다. 각지에 흩어져 있는 차일혁 부대 대원들이 속속 전주로 귀대하 였으나, 정읍에 주둔시켰던 대원들은 제일 늦게까지 도착하지 않 았다. 전화로 확인해보니 정읍 주민들이 대원들의 귀대를 막기 위 해 신작로의 뜨거운 햇살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량 통행을 막고 있 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이 차일혁 부대가 정읍을 떠나면 다시 공비 들이 기습을 해올 것이 분명하므로 차일혁 부대를 잡아두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