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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160 명덕리 출장소에 이현상 부대가 출몰하여 교전 중이오. 장수경찰 서 부대가 작전 중이고, 인접에 있는 지리산 전투경찰대도 출동했 으나 역부족인 듯 하오. 아무래도 18대대가 출동해야 할 것 같소. 정읍에 있는 부대를 본부로 불러들여 출동준비를 갖추시오.” “그곳 작전지휘는 누가 합니까? 아무래도 여러 부대가 함께 작 전을 해야 하는 만큼 부대 간의 협조와 통제를 위해서는 누군가 지휘할 사람이 있어야겠군요.” “신임 도경국장이 부임하지 않았으니 내가 그곳에 가서 지휘를 해야겠소. 내일 신임 도경국장이 오신다고 하니 그분께 상황을 보 고하는 즉시 출동하시오.” 청주습격으로 더욱 유명해진 이현상 부대가 온다는 말을 듣고, 차일혁은 드디어 기다리던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이현상 부대의 정보를 접하면서 하루빨리 이현상 부대가 그의 관 내에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차일혁은 갖은 소문으로 거의 영웅시 되고 있는 이현상 부대와 한판 승부를 겨루어보려고 진작부터 벼 르고 있었다. 신비의 인물로 부상한 이현상의 부대를 산산이 깨뜨 려 그 실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차일혁이 판단하기에 청주습격 등에서 보여지는 이현상 부대의 작전은 게릴라전이 아니라 정공법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들은 몇 차례의 전투를 통해 아예 경찰을 무시하는 듯한 대담한 공격을 감 행하고 있었다. 전북도당 방 某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 신에 찬 그들의 태도는 차일혁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자신의 부대 가 도착하기 전에 전투가 끝나버리지 않기를 빌었다. 김만석 기자로부터 이현상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경찰 이 수집한 이현상 부대의 행동 양식을 분석하면서 이현상이 어디 서 게릴라전을 익혔을까 하는 의문이 차일혁의 머리를 떠나지 않 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