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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147 회식을 하러갔다. 대원들이 차일혁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길래 그는 어린 시 절 즐겨 부르던 노래를 불렀다. “해는 이미 서산에 빛을 숨기고 어둠 빛은 사방에서 드려 몰려 오도다. 만경창파에 성난 파도 뱃머리를 진동해 두둥실 떠가는 작 은 배. 나의 갈길 만경탑.” 이 노래는 이역만리 중국 땅에서도 가끔 부르던 노래였다. 김 중대장이 차일혁에게 팔씨름을 도전해 왔다. 차일혁이 팔목 을 잡아 주겠다고 했더니 그는 말도 안 된다며 팔씨름은 계급과 무관하다고 우겼다. 차일혁이 열일곱 살 이후 팔씨름에서 저본 적 이 없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잡자마자 바로 뉘여 버리자 상 기된 얼굴로 거듭 도전해 왔다. 또 가볍게 뉘여 버리자 그는 고개 를 갸우뚱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차일혁은 오랜만에 부하들과 어 울려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스프링스 고문관의 후임으로 온 제이미 대위가 차일혁 부대를 시찰하러 왔다. 훤칠한 키에 아직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순진한 얼굴이었다. 전임자 스프링스 소령의 인상이 고양이 같다 하여 ‘살 쾡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제이미 대위는 그와는 대조적이었다. “차 대장 전주에 와보니 매우 인상이 좋습니다. 경찰과 도민을 위하여 노력할 테니 많이 도와주십시오. 특히 18대대의 작전에 전 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애로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시오.” “협조는 협조로 끝나야지 지나친 간섭과 견제는 우리 경찰을 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술적인 면보다는 보급 문제를 충분히 지원 해 주십시오. 경찰의 장비가 낡아서 작전에 지장이 많으니 M1 소 총으로 교체해 주시오.” 제이미 대위는 빠른 시일 내에 요청대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하 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