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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145 양사, 고창의 선운사, 그리고 덕유산의 크고 작은 사찰들이 토벌 대장 차일혁의 보호로 안전하게 지켜졌다. 전라도는 빨치산의 주요 근거지였고 산악에 자리 잡은 많은 사 찰과 그 속의 문화재가 빨치산과의 전투 중에 소실될 가능성이 높 았다. 화엄사 등 사찰들을 소각하지 않은 차일혁은 작전명령 불이 행으로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문화재 보호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토벌대장 차일혁의 노력으로 귀중한 문화유산이 오늘날까지 온전히 전해질 수 있게 되었다. 2008년 10월 18일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차일혁은 시인 고 김영랑 선 생 등 25인의 쟁쟁한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문화훈장을 타게 된다. 판소 리 보존, 학도병가 작사, 영화 ‘애정산맥’ 제작 참여, 화엄사 보존 등 의 공로가 후대에 인정되어 이례적으로 보관문화훈장을 추서받게 된 것 이다. 앞서 2008년 6월 5일에도 화엄사 등 훼손을 막은 공로로 문화재 청으로부터 감사장을 받고, ‘수난의 문화재-이를 지켜낸 인물 이야 기’라는 책자에 그 공로가 게재된 바 있다. 이런 사실들은 모두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재를 지키는데 차일혁 대 장이 얼마만큼 지대한 공헌을 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들이다. 전장에 나선 장수가 많은 적들을 섬멸하고 영토를 확장한 것으로 칭송 받은 예는 많이 있으나, 차일혁 대장처럼 문화재를 지켜낸 공로로 칭송 받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러한 점에서 차일혁 대장은 단순히 경 찰의 범주를 뛰어넘어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철학을 가진, 여느 사 람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독보적 존재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수한 문화민족임에 항상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숭례문이 불에 타 사라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였다. 우리 후손들은 참으로 부 끄럽게도 차일혁 대장이 본인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상부의 지시를 어겨 가면서까지 온몸으로 지켜낸 문화유산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것이다. 우리 모두 차일혁 대장의 문화유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오늘에 되살려 크게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