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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143 슷한 작전명령이 있었으나 가까스로 소실의 위기를 면했었다. 그 러나 지금은 본격적인 공비토벌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무시해 버릴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차일혁은 화엄사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방득윤 203전투경찰대 대장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화엄사가 공비들의 은신처가 되고 작전 중에도 관측과 사격에 지장이 있어서 소각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테니 태우지 않고서도 관측과 사격이 용이해질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차일혁과 마찬가지로 화엄사를 불태우는 것에 대해 꺼려하던 방득윤 대대장은 그 말에 얼굴빛이 달라졌다. “차 대장, 여부가 있겠소? 그런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 습니까?” “제게 묘안이 있으니 제게 1개 중대만 빌려 주십시오.” 방득윤 대대장과 차일혁은 부하들을 이끌고 화엄사로 갔다. 방 대장의 부하들 역시 화엄사를 태우는 것에 대해 꺼림직하다는 표 정들이었다. “문짝을 모두 떼어내 대웅전 앞에 쌓아라.” 차일혁을 믿고 따라나서기는 했지만 방득윤 대대장은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차 대장, 어차피 태워버릴 거라면 문짝만 따로 떼어내어 무엇 에 쓰겠소?” 차일혁은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그냥 웃기만 했다. 조금 후 대웅전 앞에 문짝이 수북이 쌓였다. 쌓인 문짝에 휘발유를 붓 고 불을 붙였다. 문짝은 화염을 내며 금세 타올랐다. “차 대장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거요? 왜 문짝만 태우는 거요?” “원래 사찰을 소각하라는 이유가 공비들의 은신처를 없애고 관 측과 사격을 용이하게 하자는 것 아니겠소? 이렇게 문짝을 뜯어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