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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141 원한 병실에 들어가 보았다. 유리창도 없는 좁은 마룻바닥에 그대 로 방치하다시피 환자들이 누워있었다. 신음하는 환자들의 모습은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다. 가족을 잃어버린 채 간신히 목숨만 부 지하여 상처를 입고 입원한 48명의 환자들은 산 송장이나 다름없 었다. 그들은 정상적인 치료를 거의 받지 못하고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중환자들인 그들의 상처에는 구더 기가 들끓고 있었고, 고통에 못 이겨 살려달라고 외치는 신음소리 와 비명소리는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피난민 병실 에 세 명의 의사와 세 명의 간호원이 배치되어 있었으나 대부분 골절상을 입은 환자들이라 이들을 치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군인아저씨 제발 내 자식을 살려주세요.” 아주머니 한 분이 차일혁의 다리를 잡고 놓지를 않았다. “딸이 하나 이미 이 병실에서 죽어나갔습니다. 제발 마지막 남 은 딸 하나라도 살려주세요.“ 차일혁은 아무 말 않고 서울에서 피난 왔다는 아주머니의 어린 딸을 안고 그 병실을 나왔다. 18대대원들이 입원한 병실로 가서 부상 정도가 가벼운 대원에게 아주머니의 딸을 보살피게 했다. 애국부인회가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었으나 군경 부상자들을 돌 보기에 정신이 없어서 피난민 환자들은 거의 방치되어 있었다. “김만석 기자, 신문에 피난민 환자들의 비참한 실태를 적어서 사회 각층의 온정을 모으도록 해야 하지 않겠소?” 라고 말하자, 김 기자는 “피난민 환자들의 실태가 어렵다는 것을 저도 잘 알지 만 지금 전주에서는 워낙 비일비재한 일이어서 큰 기사거리가 되 지 않습니다. 저도 비슷한 기사를 썼었습니다만 다른 일이 계속 생기니까 되풀이해서 싣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 대장이 직접, 편 집국장에게 건의를 한다면 오히려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차일혁은 당장 부대가 도울 것이 없나 궁리하다가 대원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