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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140 고 했지만 조금이라도 먼저 가서 준비를 해야 한다며 떠났던 그였 다. 차일혁은 그를 잡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스러웠다. 아직 도 기억이 생생한 구이면, 칠보발전소, 고창군 심원면, 입암산, 내 장산 등지의 전투에서 항상 자신의 몸을 던져 선봉에 서서 부하의 사기를 고무시켰던 그였다. 차일혁은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고 그를 일 계급 특진, 경감으로 추서했다. 그는 미망인 황 여사와 장남, 차남, 그리고 3개월 된 장 녀를 남기고 호국의 영령이 된 것이었다. 그의 전사 소식을 들은 2중대장 이원배 경위는 그 자리에서 실신하고 말았다. 전투에서 우희갑 중대장 못지않게 침착하고 용감한 이원배 경위는, 한편으 로는 선의의 경쟁자였던 우동지의 전사에 슬픔을 이기지 못했다. 날씨마저 잔뜩 찌푸린 가운데 우희갑 중대장의 영결식이 있었 다. 부대 본부에서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거행되었 다. 경찰 악대의 구슬픈 주악에 맞추어 초혼 분향이 있었고, 김의 택 도경국장의 애끓는 조사가 있었다. 명색이 상주인 차일혁은 조 사 순서가 되었지만 우 동지와 마지막으로 영결하는 자리라 생각 하니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우 동지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 거렸다. “우 동지. 엄동설한에도 제대로 입지도 못한 채 항상 웃으면서 출전하던 우 동지가 혼자서 우리의 곁을 떠나다니...” 차일혁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였고 장내는 울음바다가 되 었다. 전주 여중생들이 부르는 조가를 들으며, 그의 영구는 고향 인 이리로 향하였다. 용감한 자는 가고 비겁한 자만 남는 것 같아 차일혁의 마음은 우울했다. 며칠 후 차일혁은 부상당한 대원들이 입원한 병원들을 들러 대 원들을 위문하고 마지막으로 도립병원을 찾았다. 같이 갔던 김만 석 기자가 “잠시 와 보십시오.” 하고 불러 피난민 부상자들이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