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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127 배 경위가 진격한 지점에서도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처음 시도 하는 야간 기습작전이라 무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컸지만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차일혁은 바위틈에 은폐하고 있 는 이병선 부대대장 겸 작전참모를 불러 부대를 계속 진격시키도록 지시했다. 산악의 새벽 공기는 차가웠고 안개는 비처럼 내렸다. 계 속해 1중대와 2중대가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는 보고와 함께 적들이 내장사에 포진하고 있으니 중화기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아침 6시 전 대원들이 작전을 마치고 돌아왔다. 1중대장 우 경 위는 내장사 근처의 동굴 속에서 독경을 하고 있던 여승 10여명을 무사히 데리고 왔다. 며칠 전 차일혁 부대를 찾아와 부디 여승들 을 구해달라던 내장사 주지스님의 눈물어린 애원대로 여승들을 무사히 구출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한 일은 작전 중 우 경위가 내장사를 소각시켜 버린 것이다. 내장사는 공비들이 드나드는 지역이라 가능한 공비들의 은신처를 없애는 것이 작전상 유리하기는 하지만 오래된 사찰을 태웠다는 보고를 들은 차일혁은 안타까웠다. “우 경위, 자네는 나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내장사를 태워버렸 는가?” “이미 인적이 끊어진 지 오래고 절의 대부분이 폐허가 돼 있어 서 오히려 태워버리는 것이 작전에 유리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소각하면 되는가? 자네가 불교신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조상들이 남긴 소중한 유산이 아닌가? 소각하지 않고도 충분히 작전은 가능하지 않은가?” 우 경위는 작전상 소각한 것인데 심히 나무라자 시큰둥한 표정 을 지으며 돌아갔다. 이후 차일혁은 화엄사, 선운사, 쌍계사 등 무수한 문화유산을 훼 손위기에서 구해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