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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124 회의가 끝나고 간단한 다과회에서 정읍에서 부자로 소문난 몇 사람이 차일혁 부대가 앞으로 계속 이곳에 주둔해 준다면 대원들 의 숙식은 모두 자기들이 부담하겠다는 제의를 해왔다. 18대대 600명을 몇 명이서 모두 책임지겠다는 말에, 차일혁은 이곳 지주 들이 얼마나 많은 땅을 차지하고 있기에 저런 제안마저 서슴지 않 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읍이 구한말 이래 계속해 민중 봉기 의 발상지가 되어온 것은 아마도 지주와 소작인들이 너무도 차이 가 나기 때문인 것 같았다. 18대대가 정읍에 주둔한 이후 이틀 동안은 공비들의 기습이 없 었다. 차일혁은 우선 청년방위군을 해체시켜 18대대의 작전 지휘 권에 편입시키기로 했다. 김 군수와 김 서장에게 이 뜻을 전달하 고 청년방위군을 18대대가 주둔한 정읍여중에 집합시키라는 지시 를 내렸다. 차일혁은 운동장 양편으로는 대원들을 완전무장으로 정렬시켜 놓았다. 만에 하나 청년방위군 대원들이 말썽을 일으키 지 않을까 대비해서였다. 예상한 대로 청년방위군 연대장은 나타나지 않았고 부연대장 이 某가 중대장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청방(靑防) 대원들은 보이 지 않았다. “오늘부터 방위군도 차일혁 부대와 같이 작전을 해야 하는데 부 하들은 데려오지 않고 당신들만 왔소?” “우리들은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래라 저래라 지시할 권리가 없소.” 이 某 부대장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동안 너희들이 애써 주민들을 보호한다고 해서 경찰이 너희 들의 오만과 독선을 눈감아 왔으나 이 차일혁은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 차일혁은 그들의 대꾸에 화가 치솟아 당장 지휘봉으로 갈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