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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122 서로 안내해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경찰서에는 나중에 들르 고 먼저 군청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군수실에 김의준 군수와 며칠 전 부임한 김 경찰서장 그리고 이 고장 유지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석원 부대대장의 보고로는 사흘 전 차일혁 부대의 선발대가 이곳에 진주한 후에도 벌써 3번이나 공비들의 기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상황을 보고하면서 김석원 부대대장은 자꾸 전 영진 경무계장의 눈치를 보면서 그가 있는 자리에서 보고하기가 난처하다는 눈치였다. 차일혁이 다그치자 전영진 계장에게 양해를 구한 후 보고를 계속했다. “이곳 정읍은 현재 경찰서가 있으나마나한 실정입니다.” 차일혁은 이해가 되지 않아 좀 더 소상히 보고하라고 했다. “현재 타 지방은 청년방위군이 거의 해산되었고, 또 존속하고 있다 해도 경찰의 지휘를 받고 있는데 유독 이곳만은 청년방위군 밑에 경찰이 있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때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던 전영진 경무계장이 말을 이었 다. 그의 말에 따르면 김석원 부대대장의 보고는 사실이었다. 지 난해 11월 경찰의 진주 후 빨치산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읍내를 기 습해 왔다. 경찰만으로는 역부족이었고 또 비교적 몸을 사리는 경 찰보다는 전쟁 이전부터 이곳에서 치안을 거의 도맡아온 청년방 위군을 주민들이 신뢰하게 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아직도 계속되 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청년방위군이 거의 해체되거 나 경찰에 흡수되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 향방대원 또는 의용대 로 흡수되었는데 이곳만은 완전히 청년방위군이 주도권을 쥐고 심지어는 경찰 업무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영진 경무계장이 곧바로 안내하지 않은 것도 이유가 있어서 였다. 청년방위군은 밤에 자기들끼리 암호를 만들어 사용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