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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121 토벌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맺는 것이 아니겠습니 까?” 김 기자는 비인간적인 공비토벌 경쟁을 신랄히 비판했다. 빨치 산도 같은 민족인데 어떻게 목을 자르고 또 그것으로 경쟁을 할 수가 있겠느냐며 한참 동안 흥분했다. “김 기자의 그 직선적인 날카로움은 당연히 기자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이오. 그러나 너무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소. 고창 연화봉 작전 때 나는 쓰러진 동료 대원의 시신을 안고 울고 있는 대원들에게 빨리 시체를 치우고 돌격하라고 소리 쳤소. 그들은 마치 당신도 사람이오? 하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노 려보았지만 나는 오히려 동료의 시체를 안고 울고 있을 시간이 있 거든 공비 한 명이라도 더 사살하라고 고함질렀소. 많이들 원망했 을 거요. 하나 그들이 내 위치였더라면 마찬가지로 나와 같이 소 리쳤을 거요. 이 세상이란 보는 위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는 것 이 아니겠소. 매사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마시오. 내가 그동 안 김 기자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 대답을 들 어보고 싶소. 김 기자는 도경국장과 다른 간부들에게 민망할 정도 로 내 부대와 나를 추켜세우는 기사를 실었는데 나한테는 항상 비 판만 하면서 어찌 기사는 영 딴판으로 쓰는 거요? 결국 비판할 것 이 많지만 신문사 방침대로 좋게 써내는 것 아니오? 나 역시 마찬 가지라오. 간부들에게 욕도 하고 비판도 하지만 따르지 않을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오.” 김 기자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면서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신태인을 거쳐 정주읍에 도착하여 정읍여중에 선발대로 와있는 김석원 부대대장의 영접을 받고 차일혁 부대는 정읍여중에 지휘 본부를 설치하였다. 차일혁 부대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읍 경찰서 전영진 경무계장이 찾아왔다. 차일혁은 그에게 먼저 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