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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120 취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정읍은 옛날부터 민중들의 저항이 심했던 곳입니다. 우리 민족 이 갖고 있는 갖가지 모순들이 응축된 곳이 바로 이곳이지요. 조 선왕조 500년 동안 유교사상에 억눌린 백성들의 한이 맺힌 곳이 고 또한 나라를 잃은 설움이 독립운동으로 거세게 표출된 곳이기 도 하지요. 그런데 그 힘들이 묘하게 공산주의와 결합된 것이지요. 이렇게 차 안에서 간단히 논할 성질의 것은 아니지요. 해방 이후 토지개혁이 제대로 실시되고 국민들을 조금이라도 위하는 정치가 이루어졌다면 정읍 같은 기름진 농토를 가진 고장이 좌익의 온상 이 되지는 않았을 거요. 46년 이승만 박사가 남한 단독정부 수립 을 발표했던 곳도 바로 이곳이지요. 정치지도자들이 국민들을 편 히 살게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정권장악과 유지에만 급급했던 것 이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을 좌절시키고 분노케 한 것이지요. 그렇 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 가족과 집을 버리고 산 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김 기자. 역사에 가정이라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소. 김 기자의 말대로 올바른 정치가 이루어졌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소만, 우리 들 어느 누구도 이 현실을 부정하거나 바꿀 수는 없소. 당신이나 나나 마찬가지로 역사의 물결에 떠밀려가고 있을 뿐이오. 나는 단 지 내 자신에게 맡겨진 몫에 충실하기로 했소.” 차일혁의 말에 더 이상의 대답을 하지 않고 김 기자는 한동안 삐라에 눈을 돌려 앞뒤로 뒤집으며 여러 차례 읽고 또 읽었다. “차 대장은 이 전단의 내용대로 약속을 지킬 수 있겠습니까? 이 번에도 전과 확인을 위해 공비들의 목을 잘라야 합니까? 치안국에 서 각 도와 지전사(智戰司) 46) , 태전사(太戰司) 47) 를 대상으로 공비 46) 지리산지구 전투경찰 사령부 47) 태백산지구 전투경찰 사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