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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111 에는 노인들과 아녀자들뿐이었다. 김 경위는 인솔해 간 1중대원들 에게 빨갱이의 가족들이라며 즉결 처형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1 중대원들은 빨치산 가족이라 해도 조사를 해서 법에 따라 처리해 야지 함부로 즉결 처분할 수 없다며 김 경위의 지시를 따르려 하 지 않았다. 1중대원들이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대대장님께 보고 를 하겠다고 하자 김 경위는 집결시킨 주민들을 산으로 끌고 올라 갔다. 두려움에 질린 채 주민들은 산 중턱으로 올라갔다. 김 경위는 주민들을 산중턱 대밭에 몰아놓고는 아래로 내려와 마을에 있던 공비들이 산으로 도주하고 있으니 즉시 중화기로 공비들의 도주 를 저지해달라고 부대대장에게 무전기로 보고했다. 중화기 부대는 총소리와 김 경위의 지원 요청에 내막도 모른 채 중화기로 산중턱을 집중 포격했다. 부대대장이 김 경위에게 속았 음을 안 것은 이미 포탄에 불을 뿜고 난 다음이었다. 50여 명의 주민들이 즉사하고 10여 명이 중상을 입었다. 해리면에 살던 사람 한 명이 아들의 약을 구하러 죽림리의 친지 집에 머물다가 주민 나오라는 것을 잘못 듣고 나가서 참변을 당했다. 소작농 중 한 가 족만은 아들이 현역 상사라 해서 화를 면했다. 부대대장은 1중대원들에게 지시를 해서 김 경위를 포박해 본부 로 데려왔다. 차일혁 앞에 끌려온 김 경위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네가 부모와 친척들을 죽인 공비들의 가족을 죽임으로써 네 자 신의 원수를 갚았을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일을 저질 렀다. 경찰로서 민심을 수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을 희생시키는 우를 범했다. 작전명령을 어기고 주민들을 속여 산으 로 피신케 한 다음 중화기 부대에 적이 나타났다고 보고해 주민들 에게 포화를 퍼부은 것은 이중 삼중의 죄를 지은 것이 아니냐?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