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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108 문해, 18대대원들이 푼푼히 모은 위문품과 작전 중 노획한 일용품 을 전달했다. 함께 간 김정섭 공보실장과 선전주임 박상남 경위도 전쟁고아들을 돌아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어른들의 이념 싸움에 희생된 천애무고의 어린 고아들을 바라볼 때, 새삼 전쟁의 비참함 을 느낄 수 있었다. 맑아야만 할 그들의 눈에는 전쟁이 할퀴고 간 상처가 깃들어 있었다. “저 애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이 못난 어른들의 싸움을 어떻 게 이야기 할까?” 언제 죽을 지도 모르고 전장을 떠도는 자신에게 돈이 무슨 필요 가 있나하는 생각에 월급봉투 채 내어놓고 왔지만 차일혁의 발길 은 쉽사리 옮겨지지 않았다. 군당국이 전주에서 더 이상 피난민을 남쪽으로 내려 보내지 않 아 전주역 앞과 인후동에 피난민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들 의 참상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차를 타고 그 곳을 떠나는데, 중년부인이 길에 뛰어들어 차일혁 의 지프차를 세웠다. “저희 남편도 군인인데 제발 두 생명을 살려주세요.” 그 여인은 차일혁을 군인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서울 가회동에서 살다가 피난왔다고 말했다. 전주경찰서 피난민 검문소 에서 구호미를 받으려고 줄을 서 있던 중 어린 두 학생이 실신하 여 쓰러졌다는 것이다. 피난 온 사람들은 물론 경찰들조차 거들떠 보지 않아,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아서 이렇게 지나가는 차를 세 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 자식은 아니지만 남의 일 같지가 않아 군인 아저씨께 하소 연하는 것입니다.” “아주머니, 저는 경찰입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두 학생을 돌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