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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국 경찰의 혼 차일혁 총경 일대기 104 부에서의 문책이 계속되자 허위로 전과를 보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상부의 지시와 미 고문관의 독촉에 못이긴 도경간 부들이 일선 지휘관들에게 서면으로만 전과를 보고하지 말고 사 살된 공비들의 목을 확인용으로 가져오게 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 서 책상머리에 앉아 공비토벌을 운운하는 경찰간부들이 직접 잘 려진 공비들의 목을 확인할 만한 인물들도 결코 아니었다. 차일혁은 통역관을 시켜 평소 유격전에 대한 그의 생각을 전하 게 했다. “유격전에서의 승패는 민심을 잘 수습하여 적들이 발붙이지 못 하도록 하는데 있소. 각 부대끼리의 경쟁 때문에 전과를 과장해 보고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전과에만 매달리는 것도 같은 민족 끼리의 싸움인 이 전쟁에서 별 의미가 없을 것이오.” 치안국과 도경의 간부들이 전과보고를 위해 공비들의 목을 자 르라고 한 것이 지나친 경쟁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 차일혁 은 부하들에게도 어느 누가 그런 지시를 하더라도 절대 이행할 필 요가 없다고 거듭 명심시켰다.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용기있게 거부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 다. 우리는 흔히 6백만명의 유태인을 히틀러가 학살했다고 알고 있으나, 그 많은 사람을 히틀러가 직접 죽인 것은 아니었다. 유태인을 직접 죽 였던 것은 히틀러의 명령을 받은 부하들이었는데, 이들도 사람인 이상 히틀러의 명령이 심히 부당하다는 것은 알았을 것인데 어째서 이에 항 거하지 않고 그대로 따랐던 것일까? 여기에서 보듯이 사람들은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잘 항거하지 않고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학자들은 왜 인간들이 이러한 행태를 보 이는지에 관해 많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예일대학의 밀그 럼 교수가 한 실험을 행하였는데, 이 실험을 통해 인간은 우리의 통념 과 달리 권위에 복종하려는 성향이 아주 강한 것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밀그럼 교수는 ‘기억에 관한 연구’를 한다고 공고를 한 후 모여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