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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103 고 대대본부로 돌아와 침상에 뉘었다. 다음날 눈을 뜬 그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출동준비를 갖추었다. 김 기자는 차일혁의 시선을 외면하고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무 말도 나누지 않고 지냈다. 다음 날 도경에는 차일혁이 보낸 선물이 도착했다. 보자기를 벗 기자 바구니에 담긴 그것은 허옇게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는 세 공 비의 목이었다. 눈을 부릅뜬 채 보자기에 싸여 있는 공비의 목을 선물 아닌 선 물로 받은 도경의 간부들은 기겁을 했다. 전과확인용으로 목을 자 르라고 지시를 내린 그들이었지만 공비의 목을 직접 보게 되자 기 겁을 했던 것이다. 도경에서는 한동안 그 사건으로 소란스러웠다. 도경 수뇌부에서 내린 지시에 대해 일선 지휘관인 차일혁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 시한 것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간부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차일혁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직접 그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며칠 후 도경을 내방한 미 고문관 스프링스 소령을 만난 자리에 서 차일혁은 정말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있느냐고 따졌다. 평소 안면이 있는 그였지만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정색을 하고 다그치 는 차일혁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한 듯 통역관의 얼굴과 차일혁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기만 했다. “나는 단지 전과보고를 확실히 하라고 했을 뿐이오. 다른 지역 에서도 전과확인을 위해 공비들의 목을 잘라 오라고는 하지 않았 소. 우리는 단지 당신들이 좀더 정확한 전과보고를 해주기를 바랄 따름이오.” 미 고문관의 대답을 통해 전후 사정을 대충 가늠할 수 있게 되 었다. 실제 일선 부대에서는 공비토벌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