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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역사의 부름 앞에 101 그 후임에 치안국에서 최 某 계장이 부임해왔다. 감찰계장으로는 박 某 경감이 임명되어 왔는데, 그들은 적을 사살한 경우 목을 잘 라와야만 전과를 인정하겠다고 했다. 치안국에서 파견된 독전관 (督戰官) 44)과 전북경비사령부에서 파견된 독전관도 빨치산의 목을 잘라오지 않는 한 전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부터 전과 확인을 위해 죽은 공비의 귀를 자르는 등 시체에 가학행위를 하는 경우가 더러 없지는 않았으나 차일혁 부대만큼은 삼가고 있었다. 오히려 차일혁은 본인의 허락도 없이 목을 자른 부하들을 혼내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독전관과 도경간부들이 모두 실적 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차일혁은 간부들과 독전관에게 부당성을 따졌다. “적을 죽이면 됐지, 목까지 잘라서 무엇하시려는 겁니까?” “이건 우리의 뜻이 아니라 미 고문관의 명령일세.” “미 고문관이 그런 명령을 내렸을 리가 없습니다.” “사실이오, 경찰이나 군인들이 공비토벌을 하면서 허위보고를 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 조치가 취해진 것이오.” “그게 잘못됐다는 얘기를 할 수 없습니까?” “여지껏 차 대장의 좋은 점도 많이 봐왔지만 꼭 상부지시에 토 를 다는 버릇이 있군.” 독전관들은 못마땅한 듯 쩝쩝 입맛을 다셨다. “그럼 전과가 없는 걸로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건 차 대장의 일방적 생각이지 모든 부하들의 의견은 아니지 않는가?” 차일혁은 한동안 머리를 쥐어짰다. 하지만 고민만 하는 것이 그 의 기질은 아니기에 벌떡 일어나 명령을 내렸다. 44) 독전관은 전투를 감독하고 지휘관을 감독하는 사람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