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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재단 이사, 이화리더십개발원 원장장 필 화 지난 4월 16일, 우리 눈앞에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세월 호 사건을 겪은 이후, 누군들 마음 편한 날을 보낼 수 있었 겠나 싶지만 특히 시민 사회 활동가들은 더욱 더 마음 아 프고 고단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갖는 기대, 즉 예기치 못한 국가적 재난이 나 사회적 문제가 생기면 다양한 현장에서 그 해결을 모색 하는 활동가들을 보면서 갖게 된 기대 때문이 아닌가 합니 다. 사회 변화를 꿈꾸며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에 대해 자타가 갖는 기대가 크면 클수록 우리는 현 상황이 답답하 고, 그만큼 무력감이 더 깊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어느 새 계절도 바뀌고 깊은 절망감, 배신감, 그리고 무력감 이 이제는 더 이상 더 내려갈 수 없는 바닥을 친 것이라고 생 각해 봅시다. 더 이상 나빠질 수는 없다고 절망했다면 이제 는 더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 리고 이제는 다시 일어나 새로운 꿈과 희망을 키우기 위해 힘 을 모두어야 할 때라고 친구에게 말 걸어볼 수 있을까요? 신자유주의의 가속화가 우리의 삶을 옥죄어 오는 상황이 긴 하지만 잠시라도 멈추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현재의 자리를 짚어봅니다. 매일매일 홍수처럼 쏟아지고 유통되고 있는 정보의 바다를 과감히 덮어보고, 또한 1만원, 100만 원, 1억원, 1조원 같은 액수나 주민번호, 휴대전화 번호 같 은 숫자를 모른 척 해봅니다. 점점 더 많은 양의 숫자가 우 리의 머리속을 지배하면서 우리는 삶의 질 보다는 양적 비 교라는 늪에 빠져 생명의 가치, 느낌과 직관의 힘을 잃어가 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내 식탁에 오 른 음식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랫 동안 땀을 흘렸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나는 그 많은 사람 들과 맺는 상호의존의 고리에서 벗어나서 살 수 없다는 것, 그것을 구해오기 위해 내가 지불한 몇 천원, 몇 만원이라는 숫자는 그 의미와 가치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편의 적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볼 시간을 확 보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한국여성재 단의 장학사업 <미래여성NGO리더십과정>, <이화_유한킴벌 리NGO리더십과정>, <봄빛장학기금> 이 그러한 기회를 제공 하고 있습니다. 배움을 통해 “앞으로 10년은 살아갈 힘을 비축” 했다는 먼저 수료한 선배들의 말처럼 이제까지의 삶 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분들,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비움과 배움을 미루었던 분들에게 소중한 기회가 더 많이 열리길 바랍니다. 사회변화를 꿈꾸는 이들이 모여 새로운 변화의 방향을 논하기 위해 만나는 그 자체만으로 도 의미가 깊습니다. 여성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앞 으로의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서로 힘을 주고받는 것, 그 힘으로 스스로를 키우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노 력하면 사회는 좋은 방향으로 변할 것입니다. 사립문 03 한국여성재단 비움과 배움으로 변화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