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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딸들에게 희망을 2014년 1호 필리핀 전통춤 동아리를 결성하다 2000년, 한국인을 만나 결혼해서 한국에 온 이후, 혜린씨는 시부모와 시동생, 할머님이 있 는 대가족과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외로운 시간들을 보냈다. ‘벙어리 3년, 귀먹어리 3년’이라 는 말처럼 그렇게 지낸 것 같단다. 지금은 한국의 여느 엄마들처럼 익숙하게 수다를 떨지만 처음에 한국어는 많이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단다. 게다가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학원에 서도 말 안듣는 수강생과 수업을 하고 있으면 어렵게 돈 벌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 부모 들에게 괜시레 미안함도 든다. 혜린씨도 일하면서 버는 돈으로 필리핀 부모에게 보내는 생 활비나 아이들의 양육비를 보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다. 어릴 적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체육시간에 배운 전통춤은 한국에 온 필 리핀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음악도 좋아하고 문화적인 감수성이 풍부한 그가 추는 춤은 가슴 한 켠 남아있는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몸을 쓰며 춤을 추는 것이야말로 마음을 훨씬 가볍게 했다. 오래전 학교에서 익힌 춤들을 기억해 내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면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찾아 함께 동작을 맞춰보기도 했다. 전통 춤을 추기 위해 입는 민속고유의상은 필리핀 가족들을 만나는 것처럼 반갑고 새록새록 고 향을 생각나게 했다. 안산이주민센터의 한 공간에서 주말에, 페스티벌 참가 일정이 있으면 틈틈이 주중저녁시간 을 내서 만나 공연할 춤을 선정하고 연습했다. 국경없는마을, 안산지역 거리에서 만난 필리 핀 여성들, 직장동료에게도 그와 다르지 않을 거란 마음에 동아리 가입을 권유하기도 했다. 동아리 멤버들은 2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고 있어 언니처럼, 동생처럼 등 을 내어주고 어깨에 기댈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 힘든 한국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를 조금 새해에 우리가 꼭 다짐하는 세 가지 3. 나눔기획 영화감상, 독서, 등산…이라고 자신의 취미를 소개하는 때가 늘 있다. 내가 선택한 나의 인생이지만 때 로는 감내하고 때로는 견뎌야 할 때도 많기에 우리는 취미를 통해 그 출구를 찾아나선다. 이혜린씨(테스, 필리핀 이름)도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과 동시에 닥친 외로움을 동아리활동을 통해 조금 이나마 위로받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동양의 진주 <펄오브더오리엔트>는 이혜린씨가 필리핀, 베트남 여성들과 2006년에 결성한 전통댄스동아리로 다양한 페스티벌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며 해를 거듭할 수록 활력을 더해가고 있다. 당신의 취미는 안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