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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unicef.or.kr 27 김혜수 특별대표의 편지 유니세프와 함께 6월 16일 미얀마를 찾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양곤 과 남부 몬 주의 고아원, 학교, 보건소, 가정 등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 지요. 첫날 방문한 양곤의 고아원은 젖먹이부터 6세까지 영유아들이 지내는 곳이었어요. 두 돌을 겨우 채운 아이들이 쌀 한 톨 흘리지 않고 조용히 밥을 떠먹는 모습이 그저 놀라웠습니다. 아이들은 양푼 가득 밥을 먹었지만 모두들 바싹 말라있었어요.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된 양곤은 해외투자사와 관광객을 위한 도시 정 비가 한창이었습니다. ‘클린 정책’이라 불리는 정부의 대대적인 도시 미화 작업으로 수많은 거리 어린이들이 보호시설로 보내지고 있었 습니다. 무분별하게 시설에 보내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 가족을 찾아도 많은 부모들이 가난 때문에 자녀를 포기한다는 것이 었어요. 남부 지역 몬 주에선 유니세프가 운영하는 비정규 교육 과정을 찾아 갔습니다. 일을 하느라 제때 공부하지 못한 아이들이 기본적인 글과 셈,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 등을 배우고 있었어요. 저녁에 교실 로 오는 아이들은 그래도 행복한 경우였습니다. 가난한 마을의 더 많 은 어린이들은 밤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타국으로 떠난 상황이었어요. 양곤 외곽 아동보호센터에서 만난 소녀들의 현실은 더 처참하고 위태 로워 보였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이주한 부모들은 아이들을 돌볼 틈이 전혀 없어 보였고,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않은 채 많은 시 간 방치돼 있었습니다. 무수한 사건, 사고, 범죄의 일상 속에서 부모 에게 조차 보호받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죠. 남부 지역의 농촌과 학교, 그리고 양곤 외곽의 아동보호센터 까지 길 위에서 만난 미얀마 어린이들은 대부분 육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 당연시 되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조금은 마음 놓이는 순간들도 있었습니 다. 꼬불꼬불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조그만 마을 학교에서 아이들이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글자를 읽고 있을 때, 그곳에서 낯익은 유니세 프 노트와 가방을 만났을 때…. 이름도 모르는 아이들을 품어주신 후 원자 분들의 넉넉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감사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사실 미얀마의 심각한 문제들은 마음먹고 들여다보지 않는 한 여타 동남아 국가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의 엄격한 통제로 허 가 받지 않은 곳은 접근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접하거나 사진 으로 확인하는 모습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곳이었습니다. 통제가 워 낙 심하다 보니 이곳 어린이들은 대부분 후원자들의 관심에서 자연스 럽게 제외되고 또다시 외면당하게 됩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우연히 TV에서 미얀마의 항공사 광고를 보았습 니다. 이제 막 발견한 새롭고 평화로운 동남아 관광지로만 보였죠. ‘내 가 경험하고 왔던 미얀마는 어디 있을까?’ 제가 만난 진짜 미얀마 이야 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미얀마와의 인연을, 그 안의 어린이들을 바 쁘다는 핑계로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계속 이 아이들의 삶과 꿈이 짓밟힌다면 미얀마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적어도 제가 만난 미얀마 어린이들이 두 번, 세 번 버림받지 않도록 유 니세프와 함께 하려 합니다. 그 일이 무엇이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