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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unicef.or.kr 15 리카르도 피레가 전하는 현장 이야기 리카르도 피레(Ricardo Pires)는 2008년 4월부터 유니세프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남수 단 구호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 U N I C E F / N Y H Q 2 0 1 2 - 0 1 3 8 / S o k o l 2014년 4월 9일 남수단 보르에서 보르의 민간인 보호 캠프 밖에 있는 진료소에서 거의 두 시 간을 보내고 나니 마음을 가다듬고 그날 아침 알게 된 모든 것을 기록할 휴식이 필요했다. 40℃를 웃도는 열기를 일부 차단할 수 있을 뿐인 나무 그늘에서 좌절감을 곱씹고 있는데 유엔평화유지군 한국군 소속의 군인 한 명이 슬그머니 다가 왔다. 25세의 유지훈 대위는 2013년 10월부터 보르에 있 었다. 유 대위의 말을 빌리면 평생 다 못 볼 폭력을 여기서 보 았다고 한다. “집을 떠나 있는 게 너무 힘들어요. 남수단에 배치되기 바로 전에 결혼했는데 아내와 거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어요. 그런 데 최악의 상황은 그게 아니었던 거죠. 저는 어제 일처럼 또 렷이 기억해요. 사방에서 총알이 빗발치고, 공포와 비명, 여 자들과 아이들이 우르르 도망치고, 일부는 살아남지 못했 어요. 제가 살면서 본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어요. 우리는 처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생각을 빨리해야 했죠. 우리는 남수단 임무단(UNMISS) 기지에 있었는데 수백, 아 니 수천 명이 안전한 곳을 찾아 기지 문 앞에 왔어요. 우리는 문을 열어야 했죠.” 유 대위가 말해주었다. 나는 진료소에 왜 그렇게 의사가 없는지 물었다. 유 대위는 보르가 잊힌 곳이 되어 아무도 오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대위와 같은 한국군으로 군의관인 김연대 소령이 지원을 위해 이제 막 도착했다. “하루에 한 번 여기에 옵니다. 날이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 는 게 보여요.” 유 대위에게 분쟁에 대해 물어보자 상냥하던 표정이 굳었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 건지. 우리나라도 이웃한 북한 때문 에 늘 긴장해요. 우린 모두 한 형제라고 하면서 말이죠. 여 기 상황은 더 심해요. 저는 12월에 분쟁이 발생한 뒤로 최소 600명을 땅에 묻는 일을 도와야 했어요. 아직도 사방에서 시체 냄새를 맡을 수 있어요.” 이제 보르와 작별하고 주바로 돌아갈 시간이다. 나는 다음 임무를 에티오피아와의 국경 지대에 있는 어퍼나일주(州) 파각에서 수행할 예정이다. 파각에서는 유니세프와 유엔세 계식량계획(WFP) 합동 긴급 대응단이 1만 5,000명의 국 내 난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난민들 은 치료식, 위생키트, 모기장, 필수 약품이 포함된 구명용 보급품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 영양 상황이 급격히 악화 되고 있는 지금, 남수단 국민은 자연과도 싸워야 한다. 남수 단 전역에서 우기가 시작돼 오지에서는 인도적 지원 물품을 공급받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