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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한국독서교육학회지 제1권 제1호(2013)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다. 즉, 이제는 아이들에게도 밝고 희망찬 측면만이 아닌 삶과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알려서 , 그들 스스로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기회와 힘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색감과 구성, 내용이 담긴 그림책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으니,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그림책의 배경이 되는 암흑식당에서는 우리가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는 시각이 완벽히 차단되기 때문에, 청각이나 후각, 촉각과 같은 다른 감각들이 더욱 날카롭고 생생하게 깨어날 수밖에 없다. 즉, 눈으로 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절대 암흑의 세계와 시간이지만, 그 안에도 이미 여러 생명 과 함께 많은 것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 물론 보이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잔뜩 긴장 을 하고, 과연 이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절망감이 앞서 무기력해지겠지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서서히 적응이 되면서 오히려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이미 암흑식당과 같은 곳에서 머문 적이 있다는 경험을 상기시키면서, 이곳이 결코 낯선 곳이 아님을 알려 준다. 그곳은 세상에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자궁 속을 상징하는 것으로 , 태내 아이에게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모든 것이 주어지는 세상, 그야말로 가장 안전하면서도 모든 것이 풍요로운 세상이지 않았을까 짐작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사람 들은 그때의 기억을 본능적으로 갖고 태어나며, 삶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면 가장 편안하고 안전했던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퇴행하고 싶은 심리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를 일종의 귀소본능이라고 말하기 도 하는데, 현실적으로 회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보상의 차원에서 대체물을 찾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물론 좁고 답답할 수밖에 없는 곳의 암흑을 이겨 내고 태어났기 때문에, 어떤 고난도 잘 이겨 낼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자성예언처럼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책의 제목이 풍기는 뉘앙스 때문에 그림이 어떤 분위기(주로 골라 쓴 색, 채색 도구의 종류 등)일 것이라는 점은 익히 짐작을 할 것이다. 분석을 위해 매 장면의 그림을 꼼꼼히 살펴보니, 그린 이는 연필을 닮은 물감을 사용해서 동양화처럼 겹겹이 중첩되는 뿌옇고 묵직한 느낌으로 바닥도 높이도 알 수 없는 암흑의 상태를 재해석했다. 그밖에도 콩테나 색연필, 트레싱 페이퍼 등의 다양한 재료를 써서 매력적이고 다채로운 어둠의 면면을 표현했다. 나아가 식당 안의 커튼이나 의자, 조명, 음식 하나하나까지 심사숙고해서 그 구도를 잡았고, 색 역시 미세하게 그 톤을 달리해서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일렁이는 착각이 들게 만들기도 한다. 피종삼(2011)은 그의 논문에서 “그림책의 일러스트레 이션은 바로 상상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 작가가 그림을 그림으로 인해서 무의식의 어떤 것을 끄집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읽는 독자는 그림의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의식하고 이해하고 회복하는 관계가 그림책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림책은 그림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프로이 트가 발견한 가장 핵심적인 개념으로 사회가 금기를 하고 있지만 제거되지 못한 채 여전히 남아 의식 을 지배하고 있는 유아기적 소망인 무의식을 의미하는 색 또한 검정(어둠)이라는 점은, 이 책의 기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