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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의 분석심리학적 해석을 통한 독서치료적 요인 분석 ∙ 11 느낌을 주었다. 이는 곧 말이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생활, 문화, 사고방식 등을 그대로 드러내준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 그 단어를 적정하게 사용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드물게 나타나고 있다고 결론지어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암흑’이란 무엇인가? ‘암흑’은 어둡고 캄캄한, 암담하고 비참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 는 말이다 . 또한 암흑은 과학적으로는 최소 양의 빛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상태를 비유하는 경우에도 쓰이는 낱말이며, 현대의 경우 어둠의 개념은 재앙이나 불행, 우울, 슬픔 등 비관적 인 상황 및 감정 등의 상태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더 많이 풍기는 단어이다. 그래서인지 빛의 부재에 대한 감정의 변화는 문학 및 예술의 상징주의 등에 소재로 많이 쓰여 왔다. 일례로 러시아의 대문호 N.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Lev N. Tolstoi)는 1887년에 발표된 휴머니즘 이 반영된 자연주의 작품의 책 ‘어둠의 힘(The Power of Darkness)’에서, 성적 본능과 자기기만 등을 금기에 얽매이지 않고 솔직하게 실험해 보인다. 그러나 작가는 주어진 환경과 알지 못하는 본능 에 의해 파멸되어가는 인간을 통해서 속죄를 통한 구원의 결말을 그리며, 어둠의 힘에 대항하는 휴머 니즘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일반적인 자연주의 작품과는 다른 특성을 지향한다. 또한 가장 많이 영화화된 슈퍼 히어로인 ‘배트맨(Batman)’ 역시, 어둠의 기사(The Dark Knight) 라는 별명에 걸맞게 밤이 되면 검은 슈트를 입고 범죄를 물리치기 위해 출동한다. 그러나 주인공 배트맨은 정의를 위해 싸우는 영웅이지만 , 법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자기 스스로의 판단으로 범죄자를 심판하는 행위는 결코 정당화되지 못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물론 어둠(범죄, 악)이 지배 하는 세상 속에서 빛(평화, 선)을 밝히기 위해 그림자가 되어 일하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그는 언제나 영웅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이런 행동이 브루스 웨인 자신의 내적인 어둠을 밝히는 측면 과도 맥이 닿아 있다는 측면에서는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당위성까지 부여된다. 마지막으로 거의 대부분의 장면이 흑백으로 제작된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 나치들의 잔인한 광기에 희생당한 유대인들의 이야기를 객관적이며 사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한다. 따라서 영화 제작권을 딴 이후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10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고 하는데, 결국 실제 출연자들은 모두 폴란드와 이스라엘의 무명배우들을 택했고, 촬영 장소 또한 실화의 현장인 크라쿠프의 공장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 결과 마치 뉴스 혹은 다큐멘터 리 영상을 보고 있는 듯한 박진감을 섬세하게 살린 영화가 탄생했고, 사람에게 있어 흑과 백의 대비가 큰 긴박감을 갖게 한다는 사실도 다시금 실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처럼 밝음과 어둠, 빛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음, 흑과 백은 예술의 여러 분야에서 상징적으로 사용이 되어 왔다. 이는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이야기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그림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림책에서 어둠을 상징한다고 인식되어 있는 색깔이 사용되거나, 죽음, 폭력 등 주제 자체가 밝고 희망적이지 않은 내용들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 이런 변화 또한 말과 마찬가지로 생활, 문화, 사고방식 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생각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