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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년(서기 1876년) 우리나라 대신과의 강화조약이나 을미년(서기 1895년) 청국대신과의 마관 조약에서 한결같이 “한국의 자주독립에 대한 조약을 영구히 준수하다”하였고 또 계묘년(서기 1903년) 러시아에 선전 할때에도 “한국의 독립을 공고히 한다”는 것을 분명히 세계에 성명하였으니 이는 세계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그러고도 미구한 시일에 그들로 부터 온갖사기와 조작이 연출되어 내정의 협박과 외교의 기만으로 독립이 보호로 변하고 보호가 합병으로 변하게 한 다음 극소수의 친일분자를 사주하여 “이것이 곧 한국민의 소원이라” 가장하고 세계의 공의를 도면(圖免)하려 하니 이것은 곧 한국만을 그들이 무시하였을 뿐 아니라 기실은 만방도 그들의 심중에 두지 않았던 것이다. 만국대표 여러분! 일본의 우리한국에 대한 이러한 행위가 과연 세계 공의에 위배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또한 일본이 세계 만방에 그 신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한국 인민이 비록 적수공권으로 스스로 분기치 못할 것도 알고 있었으나 자나 깨나 이 나라 이 백성은 조국독립을 잊지 못하고 서로 개탄 비분하여 “언제나 하늘이 우리를 돌보시어 좋은 운수가 돌 아 올것인가?”하고 모든 수치와 고난을 참으면서 기다린 지 이미 10년이 되었다. 마침 여러분이 세계평화회의를 파리에서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인민은 모두가 용약 분격하여 “이제 만국이 참으로 평화하게 된다면 우리한국도 만국의 하나이니 어찌 우리에게만이 평화가 없겠는가?”하고 또 폴란드 등 모든 나라가 이미 독립되었다는 말을 듣고 다같이 만세를 부르며 “평화회의에서 폴란드의 독립이 결정되었다니 폴란드는 그 누구이며 한국의 공의가 마땅이 이와같을 것이오. 하늘의 대운이 좋게 돌아올 것이오. 모든 여러분의 사명이 완수될 것이오. 다같이 나라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니 우리가 비록 죽어서 구렁에 딩군다 하더라도 백골인들 어찌 그 은혜를 잊으리오”하였다. 이로써 서로가 기쁨을 금치 못하며 오직 좋은 소식이 있기만을 기다렸더니 하늘도 무심하여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우리 임금이 승하(昇遐)하시니 온 천지는 눈물바다요 끝없는 슬픔과 원통함을 호소할 곳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