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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쳤습니다. 원통함을 하소연할 곳이 없자. 국장(國葬)을 치르는 날에 각 종교계와 단체, 개인 남녀가 독립만세 소리를 부르짖으며 우리 임금님의 영혼을 위로했습니다. 비록 일본이 포박하고 매질하고 죽이고 하는 일을 앞에서 번갈아 가했는데도, 맨손으로 앞 다투어 죽음으로 나가며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막히고 답답했던 마음이 오래 쌓이면 반드시 배출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여러 훌륭하신 분들께서 그 기회를 열어주고 그 용기를 북돋아 주신 것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적미적하다가 세월이 오래 되었건만 아직도 확실하게 처리한 것은 볼 수가 없는 동안에 또 한편으로 의심하면서 한편으로 놀랬습니다. 우리 나라가 의사를 전달할 수 없게 되자, 중간에서 힘을 쓰는 사람이 이랬다저랬다 술수를 꾸며 훌륭하신 여러분들의 보고 듣는 것을 미혹하게 하였으니. 다시 분변하여 밝히시기를 바랍니다. 하늘이 만물을 낳을 때, 반드시 각각의 물건에 능력을 부여했습니다. 작은 것으로는 물고기나 조개나 곤충 등도 모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되고 나라가 나라답게 되는 것은 진실로 그 자신이나 그 나라를 다스릴 능력에 달린 것입니다. 우리 한국이 비록 작으나 둘레가 3천리이고 인구가 2천만인데, 4천년을 지나오도록 능히 우리 한국의 일을 담당해 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어찌 이웃 나라[일본]가 대신 다스려주는 것을 기다렸겠습니까? 거리가 1 천리가 되면 분위기를 같이하지 않고 1백리가 되면 풍속이 같이 하지 않은 것입니다. 저 일본은 우리 한국이 능히 독립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저들의 다스리는 방식으로 우리 한국의 풍속에다 덮어씌우지마는 풍속은 갑자기 변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른바 일본이 다스린다는 것은 단지 우리 나라를 어지럽히는 계기가 될 뿐입니다. 이는 시행해서는 안 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또 일본이 만국공회에서 말하기를, "한국 백성들이 독립을 포기하고 일본에 붙기를 원한 지 오래 되었다"라고 합니다. 한국 백성들이 한국 백성이 된 것은, 그 영토와 풍토가 이미 정해졌을 뿐만 아니, 천성에서 얻은 것이 그러합니다 이런 까닭으로 차라리 잠시 굽혀서 위협하는 권력을 받을지언정 그 마음은 실로 장차 천백 년을 지나도록 한국 백성 됨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본심의 존재를 어찌 속일 수 있겠습니까? 마음을 갑자기 속일 수 없는 것인데도, 일본은 만국이 모두 폐기한 위세와 권력을 가지고 만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한 목소리의 공론을 압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본 자신에게 있어서도 잘하는 일이 아닙니다. 종석(鍾錫) 등은 산야에 버려진 쓸데없는 존재라서 외국의 일을 상세히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오히려 옛 나라의 신하로서 돌아가신 임금님의 남긴 풍속에 따라서 유교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제 온 세계가 새롭게 되는 때를 당하여 나라가 있고 없고가 이번 한 차례의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나라가 없으면서 사는 것은 나라가 있으면서 죽는 것만 못합니다. 치우친 구석에서 스스로 말라죽는 것이 공정하게 듣고 아울러 보는 곳에다 몸을 바치는 것과 어찌 같겠습니까? 울적한 심정을 한번 알려 여러분들의 조처를 기다립니다. 우리 나라와 평화회의가 열리는 파리 사이는 바다와 땅이 멀리 떨어져 있고 국경 관문에서 막는 것이 엄하고 급하여 발을 싸매고 갈 수가 없고, 급히 소리쳐도 들릴 거리가 아니니, 조석에 달린 목숨은 길에서 엎어져 죽어도 구제받을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이런 생각을 길이 나타낼 희망도 없습니다. 비록 훌륭하신 여러분들의 신성하고 총명함으로서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어둡고 답답한 우리 한국의 사정에 생각이 반드시 미치리라는 것을 어찌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감히 짧은 글을 지어 마음을 같이 하는 말을 모으고 십년 동안 살면서 받은 실정을 갖추어 하늘끝 만리 바깥에 인편으로 보내는 바입니다. 진실로 슬픔이 매우 북받쳐서 말할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오직 여러 훌륭하신 분들께서는 불쌍히 여겨서 살펴주시기를 바랍니다. 공정하게 판단한 논의를 더욱 확대하여 크게 밝게 비춤이 두루 하지 않는 곳이 없게 하고, 큰 교화(敎化)의 시행함을 순조롭지 않음이 없게 하시면, 종석(鍾錫) 등은 나라가 없지만 나라가 있는 것처럼 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또한 한 시대에 도덕적으로도 매우 다행한 일이고, 여러 훌륭하신 분들의 해야 할 일도 정말 마치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종석 등은 차라리 목을 함께 모아 죽음으로 나아갈지언정 맹세코 일본의 노예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2천만의 생명이 유독 천지가 길러주는 의 바와 관계가 없으며, 가지처럼 뻗어나기는 화합된 기운에 유감이 없겠습니까? 오직 훌륭하신 여러분들은 이 일을 추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