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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문 아, 이 못난 늙은이가 삼가 뜻 있는 선비들에게 고하노라. 지팡이를 의지하여 북녘하늘을 우러르니 슬프도다. 거리마다 격양가 드높은 태평성대를 이백년이나 누렸음은 모두 성조의 덕화일지니 천만세를 지난들 어찌 국은을 잊을손가. 불행히도 나라의 운수가 기울어 섬나라 오랑캐들이 침노하여 강산은 초토되고 백성은 짓밟히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치 않을 수 없도다. 삼군은 눈물을 흘리며 죽음을 무릅쓰고 충절을 다하고 있거니와 천리 밖 의주의 조정에서는 우리의 궐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아. 호남 오십 주군에 어찌 의기 남아가 없으리오. 지사들이여, 모두 일어나 의로운 칼을 들어 나라를 구하고 왕은에 보답할지어다. 내 비록 몸은 늙었을지언정 말에 오르니 힘이 솟고, 분한 마음에 적개심은 불타오른다. 각 고을의 선비호걸들이여, 장성현 남문 의병청에 모이시라. 우리와 우리 장정들이 구국의 기치를 높이 들고 진격하면 뒤 따르는 자 구름같이 모일 것이요, 군량은 산더미처럼 거두어지리라. 우리 모두 통분의 눈물을 뿌리며 죽음으로써 나아갈진대 반드시 대첩을 거두리라. 왜적을 섬멸하여 창해에 칼을 씻고 한양을 수복하는 공을 세워 왕은에 보답하고 청사에 길이 그 공훈을 새길진저 선조 25년(1592) 7월 20일 임진왜란시 전남 장성남문 의병청 구국 격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