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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조약을 인준하지 마옵소서 어제 새벽 제신(諸臣)이 일본과 조약을 체결하여 마침내 조인까지 했다는 소식을 듣고 신은 다만 통읍(痛泣)할 뿐이었습니다. 대저 그 조약이란 인준해도 나라는 망하고 아니해도 나라는 망합니다.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할 바에야 차라리 나라를 위하여 순사(殉死)할 것을 결의하시어 단연코 거부하시옵소서. 원하옵건데 성상(聖上)께옵서 일본과의 조약체결에 참여한 제대신들을 모두 징계하시어 국헌을 바로 잡으시고 조약인준을 엄히 거절하시어 천하만세에 성심(聖心)이 있는바를 알게 함이 옳을 것입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신은 만번 죽음을 임어도 매국적과 더불어 한 조정에 서기를 원하지 아니합니다. 폐하께서 만약 신의 말이 그르다 하옵시거든 곧 신을 베어 제적들에게 알리시고 신의 말이 옳다 하옵시거든 곧 제적을 베어서 국민들에게 밝히시옵소서. 신의 말은 이뿐이오니 다시 더 말할바를 모르겠습니다. 1905년 11월 19일 을사보호조약 사직 상소문 보재(溥齋) 이상설(李相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