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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때가 되었으니 하늘이 부르고 땅이 응답하였습니다. 아무 죄도 없이 죽은 이들의 뼈가 아프니 살아남은 이들의 뼈도 일생동안 아프고 아프다 못해 당산나무가 울고 돌담이 울고 어디선가 수십만 마리의 돼새 떼가 날아와 온 하늘 먹구름의 군무를 추더니 1948년 여순 순천을 지나 구례 지리산 마을 마을은 희망의 삶터가 아니라 학살의 땅 온통 야만의 역사였습니다. 밤마다 원혼들이 반딧불이처럼 날아다녀도 살아남은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혀를 깨물며 무릎을 꺾어야만 했지요. 묘비명도 없는 저 캄캄한 무덤 속의 부모형제와 선후배 죽마고우들 그분들의 희디흰 뼈가 아프니 살아남은 이들의 뼈도 쑤시고 아플 수밖에요. 마침내 민족화합 생명평화의 때가 무르익었으니 아버지, 어머니, 형님, 오빠, 동생- 마음놓고 불러도 보고 대성통곡도 하고 그리하여 지리산 노고단이 환하게 바라보이는 바로 여기 이 자리에 위령탑을 세우나니 원혼들이시여, 원혼들이시여! 이제 그 모든 한을 풀고 고이고이 잠드소서 – 시 : 이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