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page


202page

해방된 나라, 엄청난 풍년이었으나 이유도 없이 나라에는 쌀이 모자라 혹독한 굶주림 속에서 보리공출에 시달린 1946년, 그해 시월항쟁 이후부터 인민군 '9월 공세' 격전장이었던 한국전쟁 영천전투까지 국민보도연맹 올가미에 걸려 끌려간 수많은 영천사람들이 있었으니 아작골에서 가지골에서 절골에서 수백 명씩 학살당한 뒤 눈 감고 귀 닫고 입 봉한 채 칠십여 년, 인간의 마을에서는 가시투성이 엄나무로만 살았던 짐승의 시간이 지나 갈대가 몸 비벼 거문고소리 내는 금호강 여기 자호천 일구월심 그 이름 마침내 길게 불러 휘영청 걸어두느니 만리장천에 휘감긴 삼만 발 오랏줄 서리서리 풀어내소서 - 이중기 시 「진혼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