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page

2006 |해병대 49 48 해병대|2006 부대의 얼굴 작년 7월 태양이 한창 뜨겁던 그때 나는 부대의 얼굴인 위병소 에서 근무를 시작하였다. 비록 적지를 응시하며 바닷바 람을 맞으며 고생하는 해안경계 부대의 전우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할지라도 대한민국 군인, 해병대가 있는 곳은 그 어느 하 나 중요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그들 못지않은 마음가짐으로 위병소 근무에 임하였다. 입대 전 부대 앞을 지날 때면 부대 정문에서 볼 수 있었던 위병소 근무자들처럼 이젠‘내가 그 자리에 선다.’라고 생각 을 하니 근무배치 전부터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설레었 다. 하지만 그 설렘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대에 방문하는 모 든 이들을 처음 맞이하는 곳이기에 민간인들에게는 생소한 보안규정과 출입절차를 설명해야 하고, 그로 인해 잦은 마찰 도 피할 수 없었고, 간혹 부대 출입하는 간부님들에게 쓴 소 리도 듣는 경 우도 있었다. 하지만, “수 고 한 다 . ”라 는 말과 웃음으로 답례해주는 부대 방문자들 이 있기에 힘들고 짜증스 럽던 일들은 웃음과 함께 사라진다. 쉽지만은 않은 경계근무이지만 나는 15개월이 지난 오늘아침에도 기상 과 함께 오늘의 근무시간을 기다리게 된 다. 기다림의 이유 중 하나는 부대가 철새 도래지로 선정되어 있는 천마산에 위치한 덕분에 해질 무렵이면 노을과 어우러진 철새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되돌아보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평소 생활관에서는 쉽게 다가서기 어려웠던 선・후임들과 마음을 터놓고 친구, 형제와 대화하 듯 깊고도 정겨운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음에 담아두고 하지 못했던 말이나 서로의 고민거리를 나 누고 있노라면 그 동안 서운했던 것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 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서로간의 전우애는 더욱 두터워지게 된다. 올 후반기부터 상부의 명에 의거 공포탄이 아닌 실탄 을 지급받아 경계근무에 임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근무 진입 할 때면 제일 처음 무기사용 시기에 대해 되뇌어 보게 되었 다. ‘내가 갖고 있는 실탄은 나와 내 전우 그리고 내 부대를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야하지 행여나 나와 내 전우 의 목숨을 앗아갈 수는 없다.’라고 다짐에 또 다짐을 하게 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 걱정이 하나 있다. 내륙부대 위병 소 근무가 뭐 그리 대단하기에 이런 글을 쓰느냐는 이들도 있을 테지만, 나는 위병소 근무를 서는 내가 자랑스럽고 멋 지다고 믿는다. 나는 오늘도 위병소에서 부대를 방문하는 이 들에게 웃음과 함께 외친다.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십시 오 . ”“오늘 하루 고생하셨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의 위병소에서 부대의 얼굴을 묵묵 히 지키고 있는 장병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2사단 정비대대 상병 오 규 철 독서의 즐거움 책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 렇게 말하는 내 주위의 지인들이 책이 어떤 점에서 좋은지, 자신 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경우는 없 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나 또한 마 찬가지로 그러한 점에 대해서 명 쾌하게 설명 할 수 없을뿐더러 책이 좋다는 점조차 남들에게 이 야기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앞서서 이야기 했던 이런 저런 장황한 설명을 다 무시하고도 책에 대한 나의 확실한 생각은 책은 정말 우리에 게 재미있는 것을 알려 준다는 것이다. 손바닥 보다 조금 큰 책에서 무한정 쏟아져 나오는 앎의 재미는 마치 어 릴 때 어머니가 사주시던 아이스크림 같다. 언제 어디서 먹어도 질리지 않 던 아이스크림이 좋았던 것은 그 혀 끝에서 녹던 달콤함 이었는데, 책 또 한 읽고 싶은 곳에서 언제든 펼치면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의 놀 라운 세계가 펼쳐져 나의 마음을 설 레게 하니 이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아이스크림을 좋아 하던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하고 책 읽는 재미를 알아 독서삼매경에 빠져 서 살았던 것은 아니다. 예전의 나에 게 있어서 책은 항상 따분하고 지루 한 대상이었다. 조용한 책보단 화려 한 텔레비전이었고 내가 원하는 정보 를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는 인터넷 이 한 장 한 장 지루하게 넘기며 읽는 책보다 흥미로웠었다. 이런 내가 갑자기 책과 사랑에 빠진 사건이 있었으니 바 로 21살에 입대한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 중 건장한 남자라 면 누구나 응해야 할 나라의 부름은 어떤 의미로든지 누구 에게나 인생의 큰 전환점일 것이다. 군 복무가 나에게 다가 온 전환점으로써의 의미는 바로 독서의 즐거움을 알았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 복무환경이 텔레비전도 못보고 웹서핑 할 기회 가 전혀 없는 구식 군대는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군대는 사회에서 보다 책을 관심을 가질 기회가 더 많으며 혼자서 사색할 시간이 보다 많은 편이라 책속의 재미를 느낄 수 있고 깊이 있는 독서의 참맛을 보기 쉽다. 이런 기회로 읽게 된 책이 어느새 반쯤한 군생활의 뿌듯 함과 남은 군생활을 더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다는 여유가 되 었다. 이제는 지금까지 왜 항상 곁에 있던 파랑새를 몰랐던 것을 후회할 정 도로 책의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다. 이 신나고 기쁜 일은 내가 전역을 하 고 나서도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평생행할 것이며 혹 이 재미를 모르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권유해 줄 것이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식견 으로 이어지는 독서의 재미가 처음부 터 모른다고 했던 책의 진정한 이로움 이자 많은 이들이 책이 좋다고 입 모아 말하는 이유가 아닐까? 혹시 이 글을 읽고 독서의 재미에 조 금이라도 관심이 가는 이들이 있다면 당장 가장 가까이 있는 책을 펼쳐 보길 바란다. 아마도 당신이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무궁무진한 즐거움의 세계로 안내해 줄 것이다. 해병대 제 6여단 상병 문 견 호 열・린・광・장 해병대대지판-1 2006.12.26 2:50 PM 페이지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