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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부터 김포로 이어진 48번 국도를 따라 얼마쯤 달렸을까. 점점 짙어지는 녹음 속에 자연을 느끼러 가고 있음이 실감나던 그때, 드디어 기다리던 강화도라는 지명의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 만 내비게이션의 안내대로 초지대교로 진입하기 직전. 우리는 대명항 이라고 적혀 있는 표지판을 보고 망설일 것도 없이 핸들을 꺾었다 “회 먹자!!” 삼사 분쯤 더 달렸을까. 한적한 분위기의 대명항이 우리를 반겨주 었다. 우리가 간 시간은 썰물이 한창일 때였는지, 배들은 드러난 갯벌 위에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노부부가 던져주는 새우깡에 날아드는 갈 매기들만이 분주해 보이는 한적함이 가득한 풍경이었다. 한편으로는 항구를 둘러싼 철조망과 해병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보이는 초소 하나 가, 이곳 역시 북한과 가까운 곳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 했다. 지난 9월 개장한 대명항 함상공원에는 퇴역한 상륙함 한 척과 상 륙돌격장갑차 한 대 앞에서 가족들이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회를 맛보기 위해 들어간 어시장에는 온갖 싱싱한 생선들이 손님 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광어, 농어같은 익숙한 생선에서 이름 모 를 생선까지, 짭조름한 냄새를 풍기는 바구니 가득 담긴 간장게장의 게들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이 싱싱해 보였다. 야외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회 한 접시를 즐긴 우리는 초 지대교를 건너 동막해수욕장을 향했다. 해수욕장으로 가는 해안도로 는 옆으로 펼쳐진 갯벌과 그 가운데 솟아있는 작은 섬들, 그리고 우거 진 녹음으로 그 자체가 이미 관광코스였다.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 을 맞으면서 해안도로의 정취를 즐기다 보니 어느 덧 동막해수욕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은 한 눈에 들어올 정도였지만 그 모래사장 앞으로 펼쳐진 갯벌은 정말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모래사장에서 갯 벌을 보며 여유롭게 앉아 있는 연인들과 손을 잡고 조심조심 갯벌을 걸어 다니는 가족들. 온 몸이 갯벌로 범벅이 된 채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까지. 모두가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는 듯 했다. 백사장 뒤에서 그늘을 만들어주는 수백 년 묵은 노송들을 지나 모 래 사장에 발을 디뎠다. 맨발에 느껴지는 뜨뜻하고 까칠한 모래의 감 촉. 사뿐사뿐 모래사장을 지나 조심스럽게 갯벌에 한 발자국을 내딛 었다. 뭉클하고 폭신하고 보드라운 감촉.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발바 닥 전체를 부드러운 도토리묵이 감싸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 몇 발 자국은 조심스러웠지만 곧 내 발을 감싸는 미끈하고 뭉클한 그 기분 좋은 느낌에 익숙해졌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우리는 근처 슈퍼에서 구입한 호미로 조개를 캐보기로 했다. 하지만 TV에서처럼 조개가 잔뜩 나올 것을 기대했던 ● LifeStyle _ 그 곳에 가고 싶다 바다, 섬, 갯벌을 즐기다 대명항, 그리고 동막해수욕장 61 글·사진 강희진 해병대 블로그 “날아라 마린보이” 필진 60 VOL.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