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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oples _ Forever Marine 28 VOL. 36 29 육군과 공군, 그리고 해병대 축구단이 있던 그 시절 라이벌 관계도 상당했다고 한다. 차범근으로 대표되는 공군, 육군에는 조광래, 박성 화, 이영무, 신연호, 박상일, 최종덕 등 쟁쟁한 멤버가 있었다. “하지만 육군과 공군. 두 팀 모두 우리한텐 못 이겼어요. 우리 는 김광남, 김성남, 조영중, 박병철, 박영조 등이 대표급에 속하 는 선수였다면 육군은 거의 다 대표급 선수였죠. 멤버만 본다면 육군이 우리보다 한 수 위였지만 우리랑 붙으면 거의 이기지 못 했죠.” 그 어느 팀보다 강했다는 그는 승리의 원동력으로 해병대 정신을 얘기했다. “축구단도 해병대 정신만은 분명 있었던 것 같아요. 해병대 훈련 을 받고, 막사 생활을 하고, 해병대 장교와 사병들과 같이 생활을 하 다 보니까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해병대 정신이 만들 어 지더라고요.” 허정무 감독의 유명세와 달리 인터넷 상에 그의 해병대 시절 이야 기가 없어 인터뷰 전 반신반의했던 우리는 그의 입에서 해병대 정신 이란 얘기가 나오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정말 ‘해병’이었던 것이다. 외출·외박을 나가던 시절을 회상하는 그는 완전 해병으로 돌아간 듯한 표정이었다. “정말 칼같이 옷을 다려 입고 나갔어요. 팔각모 쓰고 링을 차고, 주름이 바짝 선 옷을 입고 나가면 정말 강한 남자가 된 듯한 느낌이 었어요. 물론 그래서는 안 되지만 괜히 객기도 한 번 부려보고 싶은 마음도 들기도 했었구요. (웃음)” 해병대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의 눈빛에서 해병대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와 해병대의 인연은 어찌 보면 지 금까지도 계속 이어져 왔다. “제가 포항에서 5년간 감독을 했어요. 홈경기를 할 때면 벤치 맞 은편 관중석에 1사단 장병들이 와서 응원을 해주곤 했죠. 지금 있는 인천도 해병대와 인연이 깊은 지역이죠.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역전시킨 것도 해병대였고 이를 토대로 서울수복작전 때 중앙청에 제일 먼저 깃발을 꽂은 것도 해병대였으니까요. 지금의 2사단이 있 는 곳이기도 하구요.” 인천 유나이티드의 지휘관인 허정무 감독은 팀을 지휘하는 리더로 써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실 과거에는 강한 이미지로 유명 했던 허정무 감독이다. 하지만 월드컵 당시에도 팀을 강하게 만들 열 쇠로 ‘소통’을 강조했던 그는 과감히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무조건 밀어 붙이고 나를 따르라고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더라 고요 . 선수들이 감독의 말과 뜻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 면 99% 성공한 거예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어떤 얘기를 하더라 도 ‘그래. 맞아.’라면서 하려는 의욕이 생기지만, 부정적으로 받아들 이면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어휴. 또 그 타령이야.’라고 생각하죠. 그건 이미 실패한 겁니다. 그 차이가 큰 것을 느꼈기 때문에 잘못된 것을 과감히 고치기로 했어요. 선수 입장에서 생각하고, 대화를 하고, 지적보단 칭찬을 해주고… 그러자 선수들이 감독의 지시를 긍정적으 로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나를 따르라’ 보다는 ‘우리 함께 가자’ 그 것이 팀을 승리로 이끄는 길인 것 같아요.” 선수와의 소통에 성공한 허정무 감독은 이제 팬들과의 소통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팬들과의 만남은 물론 직접 트위터를 운영하며 소 통을 시도하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과감한 도전정신 이 해병 정신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에 그의 해병대 시절 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축구계에는 해병대 출신이 엄청나게 많아요. 조중연 축구협회 회 장을 비롯해서 이회택 부회장, 노흥섭 부회장, 김정남 부회장, 이갑진 고문, 김호 대전 시티즌 감독, 이용수 교수 등 셀 수 없을 정도죠. 지 금은 축구단도 없어진 상태이고 시간이 흘러서 그렇지 과거 해룡(해 병대 축구단)은 정말 잘나가는 팀이었습니다.” 입대날짜인 1978년 6월 31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해병 357 기 허정무 감독은 그 시절 이야기를 시작하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듯 했다. “진해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았어요. 훈련 당시 시합이 있어서 조 금 일찍 끝내긴 했지만 일반 대원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았죠. 당시가 ’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을 할 무렵이었는데 축구 선수 출신이라고 교관이 한밤중에 월드컵 경기를 보여주는 특혜 아닌 특혜를 준 적이 있었죠.(웃음)”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허정무 감독은 헌병감실 소속으로 서울 대방동에 있는 축구단 막사에서 생활을 했다. “당시 헌병감실의 우영목 소령이 축구단 부감으로 있었을 당시예 요 . 대통령배 대회 결승전에서 충의(육군) 팀과 붙었었죠. 효창운동장 이었는데 비가 억수로 와서 완전 진흙탕에서 경기를 했죠. 당시 육군 팀이 선수가 더 좋았는데도 우리가 이겨서 우승을 차지했어요. 그러 자 우영목 소령이 “야! 허정무! 너야말로 진짜 해병이다! 수륙양용! 진짜 해병이다!”라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군대 시절 이야기를 시작하자 여느 예비역 해병들처럼 허정무 감 독 역시 해병대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음이 느껴졌다. 잘 나가는 축구 스타였던 허정무 감독이 해병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선 해병 하면 멋있자나요. 남자다운 멋도 있고. 당시 해병대 축 구단 박세혁 감독님이 해병대로 오라고 스카우트를 했죠. 복무 기간 이 조금 짧기도 했지만 남자다운 해병대가 끌렸어요.”